
중국에서 현지 공장을 운영중인 A기업은 올해 초부터 증설을 추진해 수천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승인을 내주지 않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B기업은 중국 공장에 원재료를 납품하던 현지업체들이 갑자기 다른 곳에 공급하기도 벅차다며 물량을 줄였다. 궁여지책으로 인근 여러 업체를 통해 원재료를 들이고 있지만 품질이 제각각이라 애를 먹고 있다.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한 보복 수위를 날로 높이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치졸한' 조치에 시달리면서도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제재에 기업들이 할 수 있는 대처는 고작 '항의 공문' 한장 보내는 것 정도다. 물론 이런 항의에 중국 기업이나 정부는 콧방귀조차 뀌지 않는다.
앞서 중국은 지나달 22일 한층 강화된 전기차배터리 모범인증 기준안을 발표해 LG화학과 삼성SDI을 궁지로 몰았다. 배터리 연간 생산 능력을 과거 200MW(메가와트)에서 8GW(기가와트)로 높인 것인데 사실상 국내업체들이 충족할 수 없는 기준이다.
반덤핑 관세 등 각종 규제도 '진행형'이다. 지난달 한국산 폴리아세탈(POM)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개시한데 이어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한 반덤핑 재조사를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PVC(폴리염화비닐),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폴리우레탄 등에도 규제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역의 4분의1을 차지하는 핵심 교역국인 중국이 각종 방법으로 우리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도 15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달 무역협회 '수출의날'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인호 무역협회 회장은 이같은 수출 감소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면 중국 의존도를 줄인다는 점에서 좋다"고 말했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의지가 아닌 중국 의지로 나타나는 의존도 저하는 다른 문제다. 이제는 기업들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걸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중국과의 경제·정치적 긴장관계가 부각될 때마다 경영에 타격을 입는다면 기업으로선 위기관리에 심각한 구멍이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