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는 왜 현대상선만 택했을까

[기자수첩]정부는 왜 현대상선만 택했을까

황시영 기자
2016.12.23 06:32

"우리가 실력이 없어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고 싶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상실감이 너무 클 것 같다."

20년 넘게한진해운소속이었으나 이제는 신설법인 SM상선으로 적을 옮기게 된 직원의 이야기다. 이 분을 비롯한 많은 한진해운 직원들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왜 우리는 선택받지 못했을까"이다.

법정관리 전 한진해운은 세계 7위,현대상선(21,000원 ▼150 -0.71%)은 13위 선사였다. 한진해운은 현대상선과 달리 작년에 흑자를 냈다. 올해 1분기부터 시작된 운임 폭락으로 급격한 유동성 위기를 맞은 것은 한진이나 현대나 마찬가지다.

법정관리 전 채권단은 "6월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 등 알짜 자산을 ㈜한진에 매각해 우리가 살리려 해도 속빈 강정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한진해운의 유동성 확보 노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진해운에는 당시 더 '알짜'인 미주 서안·동안·남미노선 항로 23개가 남아 있었다.

채권단은 또 "조양호 회장이 끝까지 경영권을 놓지 않았다. 경영권을 내려놓고 현대증권을 1조원에 매각한 현정은 회장과 비교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지난 5월 한진해운 자율협약 시작 당시 '경영권 포기 각서'를 썼고, 에스오일 지분 매각과 대한항공 유상증자 등으로 1조2000억원 이상 유동성을 지원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는 우리 정부의 구조조정 실력이 얼마만큼인지 보여줬다.

한진해운은 7월말 기준 미주·유럽 등에 총 71개 원양 노선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정부와 채권단의 결정으로 40여년간 쌓아온 네트워크 자산은 사라졌다.

최근 대만 정부는 2조2000억원을 투입해 에버그린, 양밍 등 2대 국적선사를 살리겠다고 했다. 머스크도 덴마크 수출신용기관으로부터 5억2000만달러 선박건조 비용을 지원받았다.

현대상선도 이달중 채권단으로부터 한진해운 알헤시라스터미널 인수 명목으로 3000억원 공적자금을 지원받는다. 한진해운은 공적자금을 전혀 받지 않았고, 채권단과 1400억원 차이를 좁히지 못해 법정관리로 갔다.

올초만 해도 정부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합병해 '굿컴퍼니·배드컴퍼니' 방식으로 수익성 있는 부분만 살리는 구조조정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결과적으로 현대상선만 선택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 남는다. '더 좋았던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그냥 실력이 없어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는 그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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