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DDR4 가격 상승률 0.9%에 그쳐...메모리 제조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PC용 D램 현물가격의 상승 속도가 최근 꺾였다. 한 달 만에 두 배 가까이 오르던 가격이 이달 들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가격 급등에 따른 거래 위축과 전방 산업의 소비심리 악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물가격 둔화가 메모리 제조사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23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날 DDR(더블데이터레이트)4 16GB 가격은 78.4달러로 지난달 말 대비 0.9%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7월 이후 월간 상승률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다. DDR5 16GB 제품도 이달 상승률이 2.5%에 머물렀다.
지난해 9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D램 현물가격은 이달 들어 상승 속도가 떨어졌다. DDR4 16GB는 지난해 10월 한 달에만 96.7% 뛰며 사실상 두 배 가까이 상승했고, 이어 △11월 66.7% △12월 51.7%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승 폭이 점차 축소되기 시작했고, 최근 한 달간은 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일부 제품은 지난달 말 대비 소폭 하락하기도 했다. 실제 소비자가 구매하는 PC용 D램 가격 역시 이달 들어 오름세가 멈춘 상황이다.
D램 현물가격은 중소 세트업체나 모듈업체가 거래하는 소규모 유통시장 가격을 의미한다. 메모리 제조업체와 대형 고객사 간 거래되는 계약(고정)가격과는 다르다. 현물시장 거래량은 전체 D램 거래의 약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수급과 심리를 즉각 반영하는 특성이 있어 업황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상승률 둔화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최근 급격한 가격 급등에 대한 피로감이 크다. DDR4와 DDR5 16GB 제품은 최근 6개월 사이 각각 8.6배, 6.3배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현물가격과 계약가격의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DDR4 16GB의 경우 지난달 말 현물가격이 계약가격보다 약 3배 높다. 지난해 9월 말에는 두 가격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와 함께 가격이 급등하자 거래량이 줄고 '추이를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확산했다. 여기에 급등한 메모리 가격이 PC·노트북 가격에 반영되면서 전방 산업의 소비 심리 위축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가격 급등 국면에서 선구매를 통해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PC 수요가 줄어들 조짐이 감지되면서 현물시장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물가격 상승 둔화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현물가격과 계약가격의 차이가 큰 만큼 계약가격에는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 또 제조사들은 PC용보다는 고성능·대용량 AI(인공지능), 서버용 메모리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시장의 공급 부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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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월 설 연휴로 거래가 일시적으로 위축되면서 가격 상승률이 둔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AI발 메모리 수요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단기간에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수급 구조가 가격을 지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에는 낸드플래시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가격이 현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수익성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범용 D램 가격이 급등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보다 수익성이 더 나은 상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 2026' 행사에서 "HBM의 마진은 60%인데 일반 메모리 칩의 마진은 80% 수준으로 경우에 따라 일반 칩을 파는 것이 더 이익이 되는 왜곡(distortion)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