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회계업체 딜로이트의 로저 다슨 부회장이 최근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방문, "감사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례적인 방문을 두고 대우조선해양 외부 회계감사를 총괄한 파트너사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선처를 호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우조선의 회계감사와 관련 안진의 배모 이사가 기소되는 등 회사 역시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다슨 부회장이 검찰에 대한 전격적인 방문을 단행한 것은 안진이 궁지에 몰렸다는 방증이다. 법인차원의 조직적 행위 또는 묵인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안진은 최대 영업정지 또는 등록취소 조치를 받게 될 수 있다.
안진의 공식입장이 '개인의 일탈'로 모아지는 점도 이같은 상황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법인이 아닌 감사팀의 잘못으로 축소, 최악의 상황만은 면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꼬리자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칼끝이 위를 향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만간 또다른 임원을 피의자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감사팀 내부에서 이견이 있었다는 사실도 공모 혹은 묵인에 대한 의심을 가능케한다. 검찰에 따르면 2014년말 감사팀에서는 "제기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감사조서에 싸인하면 안 된다. 스텝이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윗선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라는 논의가 있었다.
이런 논의에도 안진은 2014년 대우조선 재무제표에 '적정' 의견을 부여했다. '윗선의 해결'을 요구한 현장 감사인들이 고위층의 동의없이 움직였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배씨의 구속 이후 영업정지를 대비한 듯한 회계사들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안진의 한 회계사는 "올해 감사까지는 당국도 혼란을 우려, 제재에 나서지 않겠지만 이후 영업정지 등 최악의 상황이 올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회사 측이 동요하지말라는 취지의 메일을 일괄 발송했으나 물밑에서는 이직 자리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안진은 지난 3월 기준 등록회계사만 1131명에 달하는 거대 회계법인이다. 금융당국으로서도 중징계에 부담이 갈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안진에 외부감사를 받은 1000개 넘는 기업과 국가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다. 한국 회계투명성 순위가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로부터 61개국 중 최하위였다. 대마불사는 대우조선의 표류와도 관계가 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