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를 늘려야 돌아올 성수기에도 대비할 수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중국 디스플레이 종사자들의 입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투자 확대다. 1위 기업 징동팡(BOE)이든, 3~4차 협력사든 예외가 없다. 차세대 OLED 생산라인 증설부터 LCD 기술 개발, 인수합병 등 대상도 다양하다. 목표는 OLED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추월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OLED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47%), LG디스플레이(11%) 등 한국 기업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구체적인 목표도 잇따라 내놓았다. 징동팡은 향후 3년간 500억위안(한화 약 9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화씽광띠엔(CSOT)은 2024년 잉크젯 OLED 양산을 목표로 생산라인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두 중국 디스플레이가 강점을 가진 LCD가 아닌 OLED 부문 투자다. 징동팡이 올해 생산 목표로 삼은 OLED 패널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한 1억 2000만장에 달한다.
중국 디스플레이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기술 투자를 늘려 한국을 뛰어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징동팡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9.28% 감소했으며, 상반기 실적 악화도 확실시된다. 첸얀슌 징동팡 회장은 "이미 OLED는 패널 시장의 대세가 됐다"라며 "집중 투자로 10년 안에 매출 1000억달러를 달성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실적 악화를 이유로 투자를 줄이는 한국 디스플레이와 정반대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올해에 이어 내년도 투자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디스플레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도 연구개발(R&D)비용을 줄이고 있다. 주요 기업의 투자가 회복되지 않으면 협력사는 물론 중소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의 매출 회복도 어렵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투자 회복시점을 2025년 이후로 내다봤다.
불황에 적자가 이어지더라도 기술 격차를 위한 투자는 이어가야 한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의 "투자를 통해서만 기업은 혁신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 침체기 투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말에는 뼈가 있다. OLED는 중국은 물론 미국, 일본까지 군침을 흘리고 있는 분야다. 주춤거리면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다. 디스플레이업계의 결단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