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삼복더위에 학생·학부모 화 돋군 '대입 공론화'

[우보세] 삼복더위에 학생·학부모 화 돋군 '대입 공론화'

세종=문영재 기자
2018.08.07 04:3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김영란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장이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김영란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장이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날씨도 더운데 짜증만 더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보고, 들어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의 '2022학년도 대입 개편 공론화 조사결과' 발표를 지켜보던 중3 학생을 둔 학부모 박모씨(45)의 말이다. 박씨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정시 모집 비율을 늘리면서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는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가 양립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채 단일안 도출에 실패한 공론화위는 시민참여단의 조사결과를 그대로 국가교육회의 대입 특위에 넘겼다.

교육계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애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며 "예상됐던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이해관계자간 의견이 엇갈리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대입제도는 '고차방정식'으로 불린다. 대입 개편안을 490명의 시민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에 2박3일의 짧은 기간 학습을 거쳐 '인기투표'하듯 결정토록 한 공론화 방식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입개편 공론화는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의 한 형태다. 소수 전문가보다 다수 시민이 보다 정확하고 종합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공개적이고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오류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정책의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는 '결정성 부족',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시민들의 식견·이성·공공선 등의 한계, 숙의 과정을 주도하는 엘리트 세력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양산 등의 단점도 있다. 이번 대입개편 공론화 과정은 이런 단점이 노출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공론 조사 방식을 개발한 제임스 피시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입은 대학의 자율에 맡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전적으로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안이 아니다"라며 "공론화로 결정됐어도 타당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 정책 가운데 하나인 대입개편안에 대해 이렇다 할 답을 내리지 못하고 시민들에게 떠넘긴 '김상곤 교육부'의 책임 회피 행태는 책임을 면키 어렵다. 특히 대입 개편안을 추진하면서 학교 현장에 혼란과 불신을 증폭시킨 김 장관은 자신을 '이해찬 1세대'라고 밝힌 한 누리꾼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 누리꾼은 "당시 교육부의 무책임한 정책으로 삶의 방향이 180도 바뀌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며 "20년 전 저처럼 지금 아이들이 잘못된 교육정책의 희생양으로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입 개편안이 어떻게 바뀔 지 가슴 졸이며 지켜보는 전국의 46만명의 중3 학생들도 김 장관이 늘 강조하는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다. 이들이 훗날 스스로를 '김상곤 1세대'라고 부르면 뭐라고 답해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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