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라르스 다니엘손 주한스웨덴대사 "기업·시장 혁신환경 조성이 정부 역할"

북유럽 강소국 스웨덴은 창조적 아이디어와 혁신의 실행 등에서 강점을 지닌 나라다. 손꼽히는 대기업은 별로 없지만 창조성과 혁신력으로 무장한 강소기업들이 즐비하다.
디자인 혁신 열풍을 몰고 온 가구업체 이케아를 비롯해 인터넷 전화업체 스카이프,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혁신기업들이 적지 않다.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스웨덴대사도 '오픈 마인드'로 상징되는 개방적 시스템 속에서 시장 주도로 이뤄지는 혁신의 결과가 스웨덴의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듯 스웨덴은 최근 유럽연합(EU)의 경제혁신지수 평가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니엘손 대사는 최근 '이노베이티브 스웨덴'(Innovative Sweden) 전시회를 통해 스웨덴의 이같은 혁신역량을 국내에 소개했다. 스웨덴대외홍보처와 스웨덴혁신청 등이 기획한 것으로 정보통신기술(IT), 생명과학, 게임, 클린테크 분야에서 혁신을 선도하는 스웨덴 기업들이 제품과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에 이어 올해에는 '경제혁신'을 국정운영의 한 계획으로 밝히면서 최근 혁신을 화두로 대안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다니엘손 대사와 대담을 갖고 스웨덴의 혁신 시스템과 성공적 혁신 비결 등을 자세히 들어봤다.
-최근 스웨덴의 혁신적 모습을 주목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스웨덴 혁신 시스템의 차별화된 핵심을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우선 첫째로 스웨덴이 개방적인 나라라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오픈 마인드’가 잘 돼 있죠. 따라서 어떤 아이디어든 잘 수용할 수 있고,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습니다. 둘째로 스웨덴의 혁신은 시장이 주도합니다. 정부는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시장과 기업에 최소한으로 간섭합니다. 즉 오픈 마인드와 시장 주도의 혁신이 스웨덴을 혁신 강국으로 만든 것이죠. 끝으로 산학협력입니다. 학교가 없이는 혁신도 불가능합니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대학의 인재들이 바로 대기업에 들어가기보다는 창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혁신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스웨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합니까.
▶기업과 시장이 스스로 잘 혁신할 수 있도록 토대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입니다. 구체적으로 스웨덴 정부는 전문가를 대학에 보내 교수나 학생들이 지닌 참신한 아이디어가 잘 상업화될 수 있도록 돕거나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외국인을 받아 들여 스웨덴의 혁신가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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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기업들은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빠르게 상업화하는 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비결은 무엇입니까.
▶늘 훌륭한 인재를 찾고 있는 기업이 대학에 지원해 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이디어를 빠르게 상업화시켜 주는 일입니다. 기업들은 대학에 상업화 프로세스를 제공해 아이디어를 끌어내려고도 합니다. 또 스웨덴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이 많습니다. 변화나 혁신은 작은 기업에서 잘 일어나기 때문에 이 역시 아이디어의 빠른 상업화에 도움이 됩니다.
-스웨덴에서는 어떻게 창업 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까.
▶많은 이들이 자금을 걱정하는데, 사실 자금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혁신적인 기업가들을 지원하고, 투자하려는 자본가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혁신적 아이디어가 자금과 만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입니다. 스웨덴은 부가 큰 나라여서 벤처캐피탈리스트도 굉장히 많습니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벤처캐피탈리스트를 만나 충분히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습니다. 또 스웨덴에서는 신생 기업들에 부과되는 세금이 유럽 평균에 비해 낮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기업은 5년간 세금을 거의 내지 않습니다. 외국계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웨덴 기업과 똑같이 대우 받습니다.
-스웨덴은 세금 부담이 커 사업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세금이 높은 것은 사실이고 일부는 불만도 있어 이민도 갑니다. 그러나 대다수 스웨덴 국민들은 세금이 높더라도 결국은 돌려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세금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업가들도 세금을 낸 만큼 돌려받기 때문에 사업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약간 높은 법인세만 있지 상속세, 증여세, 부유세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웨덴에서 사업을 하라고 권장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정부 규제를 개선하는 것도 혁신적 아이디어가 시장에 나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스웨덴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일례로 최근 스웨덴에서도 게임 산업이 크게 주목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웨덴에서는 한국과 달리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규제가 없습니다. 개인이 판단할 문제이지 정부가 규제를 하거나 기업이 책임을 질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실제로 게임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기업 인수합병(M&A)에도 매우 열려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웨덴의 대표적 자동차 회사였던 볼보와 사브가 중국 기업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제조업체, 특히 자동차 업체를 외국에 파는 것은 정서적으로 용인이 어려운 편입니다. 스웨덴의 자유로운 M&A 여건이 중소·중견기업 발전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스웨덴은 작은 나라인데 세계 경제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너십이 바뀌는 것은 기업의 생존이라는 대의 하에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누가 소유하느냐 보다 일자리가 보장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직원들도 회사가 팔리더라도 일자리가 보장된다면 그것을 수용하는 오픈 마인드가 돼 있습니다. 기업이 팔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을 막는 것도 일시적이기 때문에 별 소용이 없습니다. 세계는 하나이기 때문에 기술은 돌고 돕니다. M&A가 자유로울 때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기도 하겠지만 들어오는 것도 있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얼마 전까지 스웨덴의 산업은 IT와 바이오, 에너지 등에 집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되는 것인지요. 혹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 분야가 있습니까.
▶일단 그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현재 추가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 ‘창조적 산업’(creative industries) 입니다. 영화·음악·게임 같은 것이죠. 실제로 현재 스웨덴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산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특히 게임 산업에는 개발자들도 많고, 벌써 수익을 내기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산업이 작고 약해 정부가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