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도로명주소 10개월 써보니 ③] '집값' 고려해 이미지 좋은 명칭 선호···기독교인 "주소에 666 안돼"

도로명주소의 '장점'이자 '단점'은 언제든 원하면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주민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하면 주소 변경이 가능하다. 도로명주소 부여 체계에 일관성이 없고, 주민들의 공감대도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도로명주소의 변경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집값'에 영향을 주는 '이미지'다.
'교육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을 상징하는 이른바 '우선미'(우성·선경·미도) 가운데 하나인 미도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처음에 이 아파트에 부여된 도로명주소는 '남부순환로 3032'였다. 주 출입구가 위치한 곳에 접한 도로를 우선 배정한 결과다. 미도아파트는 동서남북 순으로 영동대로, 삼성로, 양재천로, 남부순환로와 접해 있다.
남부순환로의 경우 워낙 길다보니 도로명주소만으로는 위치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었다. 미도아파트 주민들은 강남구청에 도로명주소로 '삼성로'로 바꿔달라고 신청해 결국 2월말 '삼성로 150'이라는 새 주소를 받았다. 주민동의율은 약 83%였다.
미도아파트의 경우 삼성로 방향으로는 차량이 출입할 수 있는 길이 없다. 그러나 안전행전부 관계자는 "차량 출입이 불가능하더라도 주민들의 통행이 빈번한 출입구라면 주 출입구가 될 수 있다"며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만큼 지자체와 주민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의 판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초 이 지역의 도로명주소는 봇들로, 두밀로, 연성로, 세계로 등이었다. 그러나 도로명주소에 '판교'라는 이름을 넣어달라는 민원이 제기됐다. '판교'라는 이름이 지역 이미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이유였다. 그 결과, 봇들로는 판교역로, 두밀로는 판교원로, 연성로는 서판교로, 세계로는 동판교로로 바뀌었다.
서울 송파구의 레이크팰리스 아파트 주민들은 '석촌호수로'라는 도로명주소를 '잠실로'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석촌호수'가 싱크홀과 석촌호수 수위 하락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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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또는 '미신'을 이유로 도로명주소를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한 기독교인은 자신의 도로명주소에 '66'이 붙었다는 이유로 주소 변경을 요청했다. 기독교에서 '악마의 숫자'로 일컫는 '666'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였다. 도로명주소에 붙은 '108'이 불교의 '108배'를 떠올리게 한다며 바꿔줄 것을 요구하는 기도교인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한 기독교인이 집 주소에 사찰명이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봉은사로'에서 '선릉로'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해 실제 받아들여진 사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