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도로명주소 10개월 써보니 ⑤]
도로명주소가 전면 도입된지 이미 10개월을 넘어섰지만 국민들에게는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에만 수십 억원의 관련 예산을 투입했지만 도로명주소가 생활 속에 자리잡으려면 근본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돈만 들이고 소용없는 도로명주소를 뭐하러 했는지 모르겠다"는 여론이 대세이지만 주무 부처인 안전행정부는 대 국민 홍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안행부가 지난 6월 중순 전국 성인남녀 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의 도로명주소 활용도는 전면 도입 전인 2013년 12월 24.4%에서 2014년 6월 59.3%로 늘어났다. 여전히 국민 10명 중 4명은 실생활에서 도로명주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활용도'를 묻는 설문도 "사용해 본 적이 있는가"를 물었기 때문에 실제로 도로명 주소를 기존 주소 대신 온전히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와는 거리가 있다.
도로명주소를 들어봤다고 답한 국민은 96.2%였지만, 자기집 도로명주소를 정확히 알고 있는 응답자는 전체의 55.5%에 불과했다. '어렴풋이 생각난다'는 응답자는 27.3%를 차지했고 '모른다'는 답은 17.2%였다.
집주소를 정확히 아는 국민이 전체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안행부 관계자는 "전면시행 6개월 만에 실시한 설문조사라 지금 현황과는 차이가 있다"며 "12월에 추가 설문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색 효율성이 떨어져 지탄을 받았던 도로명주소 검색사이트(http://www.juso.go.kr)는 지난 달 말 포털 다음과 제휴해 지번이 없어도 상호명으로 도로명주소를 검색할 수 있게 개선됐다. 실제로 '농협 월계점'을 검색하면 결과가 곧바로 나오지 않지만 화면 하단의 'Daum에서 검색하기' 버튼을 클릭하면 도로명주소와 지번, 우편번호가 곧바로 검색된다.
하지만 인터넷 사이트와는 달리 안행부의 '주소찾아' 모바일 앱은 여전히 상호명으로 주소를 찾을 수 없다. 주소찾아 앱은 지금까지 10만명이 휴대폰에 다운로드 받았다.
안행부는 도로명주소 전면 도입 첫해인 올해 관련 예산으로 84억7000만원을 투입했다. 내년에는 이보다 적은 57억7000만원 가량이 편성될 예정이다. 예산 대부분은 대국민 홍보, 시스템 유지보수,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방문지원과 도로명주소 매뉴얼 제작·배포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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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별 도로명판의 경우 주요도로는 이미 상당 부분 구비된만큼 이면도로나 골목도로 도로명판을 촘촘히 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도봉구에선 저비용으로 도로명판을 대신하기 위해 도로 바닥에 페인트로 도로명을 쓰는 방법을 일부 도입하기도 했다.
도로명주소 '시행착오'에 대한 안행부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 여론은 냉담한 편이다. 세금 4000억원이 투입된 결과 치고는 그 활용도가 떨어질 뿐더러 오히려 불편함만 가져왔다는 인식 때문이다.
서울 잠실에 사는 회사원 최모(46)씨는 "과거 도로 이름만 들어도 알았던 장소들이 도로명주소만 들어서는 전혀 알 수 없게 됐다"면서 "결국 이중 삼중으로 주소를 물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데 왜 혈세를 들여 이렇게 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