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태아피해 확인…정부 "장삿속과 법미비로 대규모 인명살상"

가습기살균제, 태아피해 확인…정부 "장삿속과 법미비로 대규모 인명살상"

김세관, 신현식 기자
2016.05.11 17:41

[the300](종합)11일 환노위 현안보고…"정부 및 국제적 차원 옥시 불매운동 해야"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관련 현안 보고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관련 현안 보고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태아에게까지 영향이 미친 사실이 11일 확인됐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기업의 장삿속과 제품 안전관리 법제 미비로 발생한 대규모 인명살상행위였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야당의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을 회피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윤성규 환경부 장관 등 정부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 현안보고를 진행했다.

특히 태아시기에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후 폐질환 등의 피해 발생 사례가 최초로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흡입에 의한 폐 손상 뿐 아니라 생식에 의한 손상 가능성까지 제기된 것.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아 이날 공개한 '가습기살균제 태아 피해사례' 현황에 따르면 2차 조사(2014년 4~10월)를 통해 3건의 태아피해 사례가 확인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를 입은 아이들은 2006~2009년 사이 출생, 부모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아 피해 3건 중 1건은 부모가 '피해 가능성 낮음' 판정을 받았음에도 태아 당시 영향을 받은 아이만 '피해 가능성 높음' 판정을 받았다. 경우에 따라 태아 당시 노출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된 셈.

장 의원은 "현재 4차 조사 신청이 진행 중인데 태중 사망 건에 대해서도 신청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4차 조사 신청 기간에 태중 사망 신청은) 당연히 받는다"며 "3차 조사에서도 인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장관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원인이 "장삿속만 챙기는 상혼과 제품 안전관리 법제 미비가 중첩돼 빚어진 대규모 인명살상행위였다"며 기업 뿐 아니라 정부도 피해 확산에 책임이 있다는 의미의 발언을 했다.

이에 따라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환경부 장관이 정부를 대신해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윤 장관은 "법제 미비를 선제적으로 (해결) 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그래서 비록 가해자가 분명 있는 사건임에도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 치료비나 장례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야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는 계속 됐다. 한정애 더민주 의원은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최소한의 (직접적인) 사과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장관은 "법적인 문제를 떠나 책임을 통감한다는 게 (야당)의원님이 말한 취지를 포함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입힌 대표 기업으로 지목 중인 옥시 제품 관련 불매운동을 정부는 물론 국제적 차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옥시제품 불매운동이 시민단체, 국민만의 몫이냐"며 "옥시제품이 대형마트에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정부는 불매운동에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냐"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 불매운동까지 가야 한다. 얼마나 국민 자존심이 무너졌느냐"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관리·감독의 책임을 미뤄온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지적도 여당 의원들에 의해 제기됐다.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은 "환경부는 물론이고 복지부도, 산업부도 관리대상에 (가습기 살균제가) 빠져있었다"며 "이렇게 시장에서 많이 팔린 제품에 어떻게 정부부처 관리감독에서 빠져있을 수가 있었느냐"고 말했다.

같은 당 이자스민 의원도 "우리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관리의 주체가 나뉘어있었다는 것"이라며 "3개 부처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단 지적이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환노위는 이날 현안보고에 앞서 환경부의 '전략영향평가' 대상을 확대하는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과 재활용 자원을 정부가 지정하는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 제정안, 동물원 쇼에 이용하려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원법' 제정안 등 묵혀뒀던 환경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김세관 기자

자본시장이 새로운 증권부 김세관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