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TV]법으로 동화 뒤집어 보기
"재능있는 자, 노력하는 자를 당할 수 없다. 꾸준히 열심히 하면 언젠가 성공할 수 있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 때마다 단골 소재로 활용되는 동화 '토끼와 거북이'. 자신의 빠름만 믿고 자만하던 토끼는 노력하는 대신 낮잠을 즐기고, 거북이는 쉬지 않고 노력한 끝에 토끼에게 달리기 경주에서 승리한다는 내용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달콤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교훈…공부하기 싫다고 칭얼대는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이처럼 유용한 동화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런데 말입니다. 토끼와 거북이, 그 둘은 애초에 '왜' 경주를 하게 된 것일까요?

"이기면 형님, 지면 동생"…그들의 내기는 '도박'일까 아닐까
처음 경주를 제안한 이는 거북이였다. 토끼가 뛰다 말고 잠을 잘 거라는 확신이라도 있었던 걸까. 달리기 경주를 제안한 거북이의 속내가 의심스럽다.
동화에서 자신이 제일 빠르다며 으스대는 토끼에게 거북이가 도전장을 던진다. 이긴 사람을 '형님'으로 부르자는 내기를 제안한 것이다. 흐릿한 기억 속에 미화된 채 남아있던 그들의 경주…'형님 동생' 호칭이 빌미였던 건가?
그렇다면, '낭만파괴법'이 이쯤에서 짚어줘야 할 부분이 있다. 그들의 '내기 경주'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한 번 점검해 보자.
형법 제246조 제1항은 ‘도박’을 한 자에게 1000만원의 벌금을 물리되, 일시적인 오락인 경우는 예외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법률이 정한 '도박'은 두 명 이상이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도박'에 해당되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두 가지, '우연성'과 '재물의 득실'이다.

그렇다면 운보다 실력이 더 크게 작용하는 '스포츠'로 내기를 하는 경우는 어떨까.
'골프 내기'에 대해 대법원은 결과를 확실히 예견하거나 승패를 지배할 수 없는 경우라면 도박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사기 도박의 경우는 다르다. 자신이 이길 수밖에 없도록 속임수나 편법을 써서 도박을 했다면 이는 '도박죄'가 아닌 '사기죄'로 처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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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살펴 본 바를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적용해 보자. 일단 둘의 실력 차이가 크긴 하지만 그 결말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도박'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물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더라도 '도박'은 아니다. 둘의 경주에 걸려있는 내기는 '재물'과 관계가 없으니 말이다.
'빠른 OO년생'과 '음력 생일' 등 우리나라의 고무줄 나이는 종종 분쟁을 낳는다. 만약 주변에 누가 '형님'인지를 놓고 유치한 다툼을 하는 이들을 발견한다면 '마라톤 경주로 결정하는게 어떠냐'고 내기를 제안해 보자. 최소한 범죄는 아니니까.
2014.12.12. 낭만파괴법 team
이에 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팟캐스트 낭만파괴법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12월 12일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