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남의 일' 불감증에 전문가도 소수…경주지진, 대재앙 막을 '예방주사' 돼야
"관심이 없어서 몰랐던 겁니다. 역사적으로 또렷이 자료가 있는데 직접 겪어본 사람이 없으니까 무시해왔습니다."
2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긴급진단 한반도 지진, 우리는 안전한가' 특별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지진 전문가의 말이다.
청중들은 조선시대에만 1000회 이상 지진 기록이 있다는 강연을 듣고도 믿기 힘든 듯 했다. 한 참석자는 쉬는 시간 전문가를 찾아 "한반도에서 지진이 그렇게 많았습니까?"라고 되물었다.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 강진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한반도에는 지진 불감증이 만연해 있었다. 생전 겪지 못한 강진에 국민과 정부가 우왕좌왕한 이유다.
지진 후 국내 지진 전문가들 몸값이 급등하고 있다. 세미나와 학회에서 강연 요청은 물론 언론 인터뷰와 기고 청탁까지 각종 러브콜이 쇄도한다.
몸값이 오른 이유는 간단하다. 전문가들이 별로 없어서 그렇다. 손에 꼽을 만큼 많지 않은 지질자원연구원 등 기관 소속 연구원이나 지질학 전공 대학교수들은 유래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이날 오전 기상청 브리핑에, 오후 지진 심포지엄에 연이어 참석했다.
그동안 지진 전문가들은 '마이너' 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와 상관없는 일을 연구하는 학자들로 여겨지기도 했다. 국민 대부분은 한반도를 '지진 청정 지역'으로 생각했다.
지진 관련 정부 예산도 적다. 기상청 지진관측 사업에 배정된 올해 예산은 81억800만원에 불과하다. 이번 경주 지진으로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이 한번에 날아가버렸다. 국민안전처는 경주 지진 피해 복구액을 약 137억원으로 추산했다.
새로운 진앙지가 될 수 있는 활성단층 연구도 걸음마 수준이다. 1994년 일본 교수가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고 최초 판단한 것이 국내 첫 사례다. 2012년에서야 겨우 활성단층지도와 지진위험지도가 제작됐다.
당분간 지진 전문가들은 계속 바빠질 전망이다.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제대로 고치는 게 중요하다. 더 이상 소를 잃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주 지진이 심각한 인명피해 없이 규모 5.8 수준에서 발생한 것은 어쩌면 다행이다. 자연의 엄중한 경고를 받아들여 혹시 모를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철저히 대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