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코스 설계도 창작물"… 저작권 벙커 빠진 스크린골프

대법 "코스 설계도 창작물"… 저작권 벙커 빠진 스크린골프

양윤우, 정진우 기자
2026.02.27 04:00

'원심' 파기환송
골프존, 설계사들에 손배… 업계 유사소송 이어질수도
로열티 지급 등 비용 부담↑ 코스 제한·요금 인상 촉각

'스크린 골프' 저작권 사건 판결요지/그래픽=윤선정
'스크린 골프' 저작권 사건 판결요지/그래픽=윤선정

골프코스 설계도면의 저작권 보호 여부를 둘러싼 스크린골프업체 골프존과 국내외 골프코스 설계사들의 분쟁에서 대법원이 설계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골프존을 비롯한 스크린골프업체들은 추가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어 스크린골프 요금이 인상되거나 일부 코스이용에 제한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오렌지엔지니어링 등 골프코스 설계사들이 골프존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소송은 골프존이 각 골프코스를 재현한 영상을 스크린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에 포함해 서비스하자 해당 골프코스의 설계사들이 "설계도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과 침해행위 정지·침해물 폐기 등을 청구하면서 제기됐다.

설계사들은 골프장 소유주와 설계계약을 하고 11개 골프코스 설계를 마쳤고 골프존은 골프장 소유주와 이용협약을 체결한 뒤 스크린골프 시스템에 코스영상을 탑재했다.

앞서 1심은 설계도면의 창작성을 일부 인정해 설계사들의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기능적 요소 이외에 창작성 있는 표현이 없다"며 창작성을 부정하고 설계사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2심이 창작성을 쉽게 부정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골프코스 설계자가 다양하게 선택·배치·조합하는 등으로 창조적 개성을 발휘해 골프코스를 설계할 수 있다"며 "설계도면에는 전체적인 형태 및 배치, 위치·모양·개수 등이 일정한 설계의도에 따라 선택·배치돼 유기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성요소들의 선택·배치·조합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거나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설계도면이 창작자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조적 개성을 가진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골프코스도 창작성 있는 저작물로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국내 스크린골프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골프코스 설계회사들에 손해배상을 하는 것은 물론 비용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장기적으로 스크린골프 요금인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우선 골프존 등은 골프코스 설계회사들에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설계회사에 비용을 지급하면 스크린골프 코스에 따라 추가 요금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비슷한 소송이 또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스크린골프업체들 입장에선 걱정이 클 것"이라며 "손해배상 등 금전적 부담이 커질 경우 업체들은 스크린골프 이용료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크린골프 이용자의 코스선택권이 제한될 가능성도 커진다. 이번 판결을 토대로 다른 설계회사들이 골프존을 비롯해 여러 스크린골프업체에 유사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코스선택을 제한하는 것이 업계에선 가장 빠른 대응방안이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가상 골프코스 개발니즈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원골프재단이 발간한 '2024 한국골프산업백서'에 따르면 2023년 골프 본원시장(시장별) 규모에서 스크린골프 시장은 2조359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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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우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양윤우 기자입니다.

정진우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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