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잭 스패로우는 악당이면서 주인공인가?

왜 잭 스패로우는 악당이면서 주인공인가?

박문환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 팀장
2009.08.03 10:57

[샤프슈터의 증시 제대로 읽기]데비존스, 크라켄, 그리고 잭 스패로우<1>

캐리비안의 해적들에서 주인공인 잭 스패로우는 분명 악당이다. 등장부터 드라마틱하다. 바다위에 떠 있는 시커먼 관위에 까마귀가 앉아있다. 갑자기 총소리가 들리며 까마귀는 깃털 몇 개만 남기고 산산 조각이 난다. 스패로우는 그 까마귀를 총으로 쏴 죽이면서 관속에서 무덤덤한 표정으로 나타난다.

이게 영화의 첫장면이라면...분명 스패로우는 소중한 생명을 경시하는 악당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그런데 캐리비안의 해적에서는 당당한 주인공 역으로 등장한다. 어떻게 해서 건달끼가 충만해서 언제나 휘청거리며 관객을 조롱하는 듯한 표정의 그가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스패로우도 악당이지만 그 주변에 보다 더 나쁜 악당이 더 많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까... 관객들이 응원할 놈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튼 영화를 보는 도중에 내가 과연 아주 불량하게 건들거리는 이놈을 응원을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문어대가리를 한 “데비존스”를 응원해야하는 건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딴에는 비장한 표정으로 파이프 오르간을 열심히 연주하고 있는 데비존스가 어떤 때에는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언제나 럼주에 쩔어 다크 서클이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어버린 잭 스패로우가 우리 편인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딱 그런 느낌을 받는다. 아예, 이 영화는 현재의 자본시장을 빗대어 풍자한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2008년. 우리는 무시무시한 괴물 크라켄(달러위기)를 보았다. 그 괴물은 수많은 사람들은 물론 수많은 자산들을 그의 뱃속으로 삼켜 버렸다. 사람들을 파산시켜 거리로 몰았고 상심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했으며 달러를 기축통화로 인정하는 대다수의 나라들에게서 시뇨리지의 명목으로 약탈을 자행했다면 분명 현재의 시스템이 해적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 내내 악당들만 나온다고 불평할 수도 없는 일. 과연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한(?)악당은 누구인지...아무리 찾아봐도 선의를 가진 자는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응원할 수 있는 주인공이 없다면 그것도 상당히 무료한 영화가 될 것이다.

건들거리는 게 여간 기분 나쁜 것이 아니지만 온통 해적만이 들끓고 있는 세상에서 개중에 좀 나아 보이는 스패로우(버냉키)를 응원하는 것이 좋겠다.

다소간의 약탈이 악령 크라켄의 뱃속보다 나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자본시장은 비교적 강한 상승을 유지하고 있다. 주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매수를 한다는 말이 된다. 매수세 없이 상승하지는 않을테니말이다.

하지만 이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개인이나 기관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 시장은 잭 스패로우 선장(벤 버냉키)의 공격명령을 받고 나온 달러 캐리트레이더(캐리비안의 해적들)들이 마구잡이로 매수하는 힘에 의해 상승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마치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누굴 응원해야 하는 건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처럼 과연 이들 해적들의 매수세를 응원해야 하는 건지 혹은 슬퍼해야 하는 건지 기준이 잘 서지 않을 수도 있다.

해적들 덕분에 주가는 7월에 기록적인 기세로 올라서 1500을 돌파하고 이제 곧 1600마저도 안중에 없다는 듯 건들거리고 있다. 최근 시장을 사들이고 있는 외인들의 자세는 특유의 해적스러운(?) 모습이다. 무식하고 저돌적이다.

데비존스 일당(거대 금융자본)이나 잭 스패로우(버냉키)...결국은 모두 다~~ 해적들인데...우리들 마음은 아직 버냉키(스패로우)에게 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실 같은 통속인데 우리는 알게 모르게 스패로우를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스패로우(벤 버냉키)는 데비존스일당(금융자본)과의 짜놓은 틀 속에서 웃기는 전투를 했다. 그것이 심해의 괴물 크라켄(달러위기)를 깨웠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크라켄과 싸우는 스패로우를 응원하지만, 사실 스패로우가 없다면 크라켄은 나타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잭 스패로우는 크라켄에게 먹힌다. 한번 삼키면 아무도 모르는 “세상 끝에서” 결코 죽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살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 빠지게 된다. 이곳에서 희생자는 무한대의 시간을 헤메여야 한다.

주인공인 잭 스패로우는 아무도 살아나오지 못한 이 크라켄의 뱃속에서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 물론 영화 속에서 잭 스패로우는 배를 뒤집고 나오게 된다.

우리 역시 괴물 크라켄의 뱃속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오로지 배(금융시스템)를 뒤집는 것 밖에는 없을 것이지만...

배(금융시스템)를 뒤집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어떻게 망망대해에서 종이 짝에 그려진 코드만 보고 배를 뒤집을 생각을 하겠는가?

지금 중국을 비롯한 일본 한국 대만 등 여러 나라들이 크라켄(달러위기)에 통째로 삼켜진 상태이며 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셈이 되어버렸다. 달러를 버리자고 하자니 지금까지 열심히 일을 하고 고혈을 짜서 구축한 달러화 표시자산이 휴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8000억 달러가 휴지가 된다면 아마도 중국은 석기시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위구르가 문제를 만들고 티벳 지도자가 외부에서 영향력을 쌓고 있는 시기에 달러화마저 무너저 버린다면 중국은 그야말로 사분오열되고 말 것이다.

그러니...주도적으로 달러화를 폐지하고 새로운 기축통화 체제로 가자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괴물 크라켄(달러)는 지금 당장 죽일 수 있는 대상물이 아니다. 함부로 까불면 더 영향력이 커지면서 우리의 목을 조여오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해적선이 크라켄에게 대포를 쏴서 문어발 몇 개를 잘라내는데 성공하면서 크라켄에게 이겼다고 환호했었다. 이후 크라켄은 물 속으로 들어가는 듯 보였지만 더 큰 기세로 사람들을 닥치는대로 삼켜버린다.

그런 세상 사람들의 미련스러운 저항은 크라켄을 더욱 크게 만든다. 이번 달러 위기에서도 사람들은 이제 달러는 죽었다고 생각했었지만 더 강한 기세로 강해졌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지금도 달러의 가치는 약해지지만 그 영향력은 더 크게 변하고 있다. 이제 괴물 크라켄(달러)은 향후 수년간에 걸쳐 누구도 죽일 수 없는 엄청난 괴물로 변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미 잭 스패로우(버냉키)는 이 괴물과의 판에 짠 전투를 통해(양적완화) 크라켄의 위력을 키우고 있다.

무려 1조 5000억 달러 이상의 새로운 달러가 발행이 되었고 이 지옥의 괴물은 세계 자산시장을 마구 사들이고 있다. 달러로 말이다.

그렇다면 크라켄을 인정하고 그냥 대충 사는 것은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달러화를 그대로 기축통화로서 유지하자니 시간이 지날수록 빠져나가는 달러화의 가치 상실이 기막힐 정도다. 그야말로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는 크라켄의 뱃속 세상과 현실세계는 그리 큰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잭 스패로우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데비존스가 왜 스패로우를 그다지도 미워하는지 명확하게 그리지 않고 있다. 특별한 설명은 없지만...아무튼 데비존스는 스패로우를 상대한다는 명목으로 언제나 괴물 크라켄을 동원한다.

불사의 몸을 지난 그들이 하잘 것 없이 건들거리는 잭스패로우를 상대하기 위해서 무시무시한 괴물을 깨운다는 설정이 참으로 우습지 않은가?

아무튼...이 괴물을 부르는 것은 물론이고 이 괴물의 화를 돋구어서 더 크게 만다는 것도 결국 스패로우의 몫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같은 현상이 반복되었었다. 세상에 괴물 크라켄(달러)가 그 세력을 확장하게 되면(양적완화) 캐리비안의 해적들(캐리트레이더)은 혼비백산해서 무한대의 약탈을 자행하며 세상 밖으로 도망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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