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원 선거 참패…경제 악화에 유권자 심판 받아

일본 자민당의 반세기 집권 역사를 종식시키긴 것은 다름 아닌 경제였다.
표면적으로는 자민당의 정치세습과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낀 일본 유권자들이 변화를 선택한 것이지만 심층적으로는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의 표심이 바탕이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민당은 30일 총선에서 수많은 정치 거물들이 고배를 마시면서 굴욕적인 참패를 당했다.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국민들의 심정이라고 하기에는 꽤나 혹독한 심판이었다.
그만큼 일본 국민들의 마음은 불안한 상태다. 특히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면서 유권자들의 상실감이 여느 때보다 크다. 지난 28일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7월 실업률은 5.7%로 조사를 시작한 1953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7월 소비자물가는 사상 최대폭인 2.2% 급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박마저 가중되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어려운 경제를 살릴 적임자로 민주당을 선택했다기보다 자민당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라며 자민당의 참패가 갖는 의미에 방점을 찍었다.
경제정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이제 '무능'은 야당의 전유물이 아닌 자민당의 이미지가 됐다. 아소 다로 총리 내각은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에서 정책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내며 지지율이 사상 최저 수준인 10%대로 떨어졌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집권 시절 구가했던 인기는 이제 신자유주의 정책의 가혹한 결과로 부메랑이 돼 자민당에 돌아왔다. 빈부격차, 도농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민심 이반이 가속화됐다. 자민당의 단골 메뉴였던 안보 이슈도 최근에는 이전만큼의 폭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소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주요 인사들은 여전히 강경 태도를 고수했으며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실패를 인정하기보다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아소 총리는 선거 전날인 29일 선거유세에서도 "자민당의 경제정책과 경기대책은 절대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한다"며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언제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불안과 걱정을 안고 있는 서민·중산층 유권자들에게 아소 총리와 자민당은 상실감을 안겨줬다.
이번 선거에서는 변화에 민감한 재계의 이익단체들마저 자민당이 아닌 민주당에 줄을 섰다. 일본 최대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은 중립을 선언했지만 사실상 민주당에 머리를 숙였다. 전통적 지지자들의 이탈 현상도 가속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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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뿌리 깊은 정치세습의 관행에 유권자들의 반발이 때마침 불거져 나온 것도 참패의 배경이 됐다. 선거 전부터 자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지만 자민당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세습정치인들을 공천했다.
이번 선거에서 정치가문 출신의 후보는 민주당이 27명인데 비해 자민당은 무려 104명이 나섰다. 이와 달리 민주당은 민주당은 젊은 후보들을 내세워 자민당보다 후보 평균 연령을 6세나 낮췄고, 여성 후보도 지난 중의원 선거 때보다 2배 수준으로 늘렸다.
전문가들은 이제 자민당의 앞날을 좀처럼 가늠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선거 참패의 후유증으로 당이 분란에 휩싸일 것은 자명한데다 민주당의 실정이나 외부 요인이 아니고서는 자력으로 지지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