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종류 다양화, 수수료 인하 등이 근본적인 해결책 아냐
목돈 마련을 한다며 은행 적금만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최근 펀드 투자를 권유했다. 초저금리 시대에 은행의 1%대 이자에만 기대는 건 너무 큰 손해라고 설득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확고했다.
"펀드? 잘 모르지만 그거 하면 원금까지 까먹을 수 있는 거 아니야?" 위험한 게 싫어 안정적인 투자 상품에 돈을 맡길 거라면 적금보다 안정적인 게 어딨냐는 거다. 과거 데이터만 놓고 비교해 봐도 영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그렇게 펀드 이야기는 끝이 났다.
투자에 관심이 없던 개인이 펀드에 가입하려고 마음먹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원금 손실 위험에 망설이는 건 물론이고 전문 용어에 머리가 아프고 가입 절차도 복잡하다. 그럼에도 개인이 투자 시장에 뛰어드는 건 초과 수익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펀드는 더 이상 수익률로도 투자자를 유혹하기가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공모형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한국펀드평가)은 2013년 1.25%, 2014년 -5.11%, 2015년 3.54%, 지난해 0.61%를 기록했다.
수익률 하락은 자금 유출로 이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55조원으로 10년 전인 2007년 120조원을 돌파하던 때와 비교해 50% 이상 줄어들었다.
자산운용사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만들어진 데, 자신들의 잘못이 적지 않다고 자책했다. 대다수 운용사들이 투자 철학이나 원칙을 고수하기보다는 돈 불리기에 급급해 고객 돈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유행을 좇아 우후죽순 만들어진 펀드도 늘면서 2015년 6월 기준 수가 2247개에 달했는데 결국 이 중 490개는 자투리 펀드로 청산되기도 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펀드 운용방식이나 수익률 때문에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걸 인정한다"면서도 "그래도 당장은 믿고 기다려달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운용사들은 활로를 찾기 위해 초저가 수수료 펀드를 출시해 투자자들을 유혹했지만 결국엔 파이 나눠먹기 경쟁이 됐을 뿐이다. 단지 상품 종류가 부족하고 수수료가 비싸 개인 투자자들이 펀드 시장에 등을 돌린 게 아니란 증거이기도 하다.
자산운용사의 한숨 깊이만큼 투자자들의 불신도 깊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다시 신뢰를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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