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동진 삼성 사장의 'SW 묵은지'

[기자수첩]고동진 삼성 사장의 'SW 묵은지'

이정혁 기자
2016.08.05 03:00

“알파고를 만든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SW 아키텍처(architecture) 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도 이를 키워야 살아 남는다”

중소기업에서 들을 법한 이 내용은 삼성이 지난 6월~7월 만든 ‘삼성 SW 경쟁력 백서 1부, 불편한 진실’과 ‘삼성 SW 경쟁력 백서 2부, 우리의 민낯’ 중 일부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의 통렬한 자기반성인 만큼 당시 백서는 IT(정보통신) 업계의 큰 이슈로 떠올랐다.

이른바 ‘민낯 파장’ 이후 삼성이 SW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택한 전략은 ‘인내심’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삼성은 왜 기다림을 택했을까.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미국 뉴욕 ‘갤럭시 언팩’ 사전 간담회에서 “하드웨어(HW)가 김장 김치라면 SW는 묵은지 같다”며 “적절한 인력을 확보한 다음 그 사람에게 시간과 권한을 주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사장의 이날 발언은 백서 이후 처음 나온 삼성 스마트폰 총괄 책임자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SW 분야의 경우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힘든 만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는 기간 동안 우산처럼 ‘외풍’을 막아주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 전략은 향후 삼성 SW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SW 사업에서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야심 차게 착수한 모바일 플랫폼 ‘바다’ 프로젝트가 5년 만에 좌초된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선 제조 혁신을 통해 하드웨어(HW) 사업에서 세계 일류화를 경험했던 삼성이 생태계 근간이 전혀 다른 SW 부문에 무리하게 대입시킨 결과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고 사장은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반에 클라우드 등 차세대 성장동력을 더해 ‘삼성SW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해보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고 사장의 의지대로 지금 막 담기 시작한 삼성의 SW 묵은지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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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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