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회사? '주인이 1500명인 회사'

주인 없는 회사? '주인이 1500명인 회사'

대담=원종태 산업2부장, 정리=김명룡 기자, 사진=홍봉진 기자
2014.04.07 06:30

[머투초대석]김윤섭 유한양행 사장 "10년후 글로벌기업 도약 기초 다질 것"

김윤섭 유한양행 사장/사진=홍봉진
김윤섭 유한양행 사장/사진=홍봉진

지난해 초 김윤섭유한양행(94,800원 ▼3,700 -3.76%)사장은 새로운 경영 슬로건으로 '도전, 1등 유한'을 내걸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제약업계 매출 1위 자리에 올랐다. 1967년 이후 46년만이었다. 올해 초에는 '1등 유한, 새 역사 창조'로 슬로건을 바꿨다.

2012년 3월 김윤섭(66·사진) 단독 대표체제 이후 보수적인 기업문화로 정평이 나 있던 '만년 2위' 유한양행이 꿈틀거리고 있다. 김 사장은 "'1등 유한'은 상징적인 의미일 뿐 진짜 목적은 직원들이 적극적인 사고를 하도록 전환시키려 했던 것이었다"며 "변화를 통해 뭔가를 이뤄야한다는 직원들의 생각들이 실제 큰 힘으로 발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매출은 9436억원 영업이익은 618억원이었다.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79%가 늘었다. 경쟁 대형 제약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나온 성과였다. 또 2012년 이후 유한양행은 바이오벤처와 제약기업 등에 수백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과거 이익이 나면 현금성자산으로 차곡차곡 쌓아온 것과 대비된다.

유한양행은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뜻에 따라 1969년부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됐다. 이상적인 기업의 형태이긴하지만 40년 넘게 전문경영인체제가 유지되다보니 '주인 없는 회사'라는 쓴소리도 들었다. 변화나 혁신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상황이 수십년 이어지면서 위험을 무릅쓰기 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기업문화가 고착됐다는 비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의 공격적인 행보는 이례적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사장은 "중장기적인 성장전략에서 회사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며 "전문경영인 회사라고 해서 오너가 있는 회사와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10년 후에는 유한양행도 글로벌회사로 성장해야 한다"며 "앞으로의 성장을 위한 기초를 다져 후배들이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임기는 1년 정도 남았다.

- 보수적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 유럽을 정복한 칭기즈칸은 '성을 쌓는 자는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성을 쌓기만 하면 발전이 없습니다. 울타리를 벗어나 길로 나가야 합니다. 시장의 변화 속도와 달라진 경영환경에 따라 새로운 해답을 찾고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려는 전략은 당연한 것이죠. 직원들에게도 혁신적 아이디어로 변화를 이끌어달라고 항상 강조합니다.

- 전문경영인 체제가 오래 유지돼 '주인 없는 회사'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문화가 보수적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는데요.

▶ 우리는 주인 없는 회사가 아닙니다. 1500여명의 직원 모두가 주인입니다. 그래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직원이 주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회사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주인 없는 회사니까 결정력이 떨어질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한양행의 문화는 신중한 것이지 보수적인 것이 아닙니다. 어떤 결정을 할 때 검토는 치밀하게 하지만 판단이 끝나면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유한양행의 문화입니다.

- 지난해 매출 1위의 원동력이 다국적사 제품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다국적제약사의 매출은 2500억원(전체 매출의 26%)이었다.)

▶ 제약사에게는 영업능력도 성장에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자기제품을 파는 것이 하나의 트랙이면 다국적사의 우수한 제품을 파는 것이 또 하나의 트랙입니다. 두 개의 트랙을 모두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해요. 이중 하나만을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죠. 키울 수 있는 것은 무조건 키워야합니다. 외국회사의 것을 많이 가져다 판다고 따지는 것은 시비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오히려 유한양행의 영업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외형성장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우선 외형이 커야 이익도 좋아집니다. 이 이익금은 중장기적으로 회사발전에 필요한 신약개발의 재원으로 쓰게 되죠. 또 아직까지 유한양행이 해외시장에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국적제약사와 돈독한 파트너십이 필요합니다. 신약을 개발해내더라도 이것을 잘 팔려면 다국적제약사와의 협력은 필수요소입니다. 공동마케팅은 다국적제약사와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 연구·개발(R&D)분야에서는 어떤 준비하고 있나요?

▶ 자체 연구개발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직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큰 것이 현실입니다. 기술력차가 30년은 된다고 봐요. 자체 노력만으로는 단기간에 이들을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죠. 그래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격차를 10년 정도로 줄이는 게 필요합니다. 그 사다리는 해외기업으로부터 기술을 배우는 것입니다. 일부 다국적제약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의 원료를 우리가 공급하고 있는데 원천기술을 배우는 기회가 될 겁니다. 해외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나 M&A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면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고요.

- 국내에서도 바이오기업들에 공격적인 투자를 했습니다.

▶ 유전체기업인 테라젠이텍스(200억원), 개량바이오신약 기술을 가진 한올바이오파마(300억원) 등에 투자한 것은 우리에게 부족한 분야를 보완하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눈앞의 이익을 얻자는 생각으로 투자한 것은 아닙니다. R&D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장기적으로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강화시켜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유한양행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고경영자로서 책임감도 있을텐데요?

▶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뜻에 따라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은 매년 유한양행 보유지분에 대한 배당금을 받아 이를 사회공헌 활동에 쓰고 있습니다. 항상 회사를 계속 성장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또 유한양행은 전문경영인 체제의 기업구조를 가진 대표적인 기업이에요. 유한양행의 성장은 모범적인 기업이 성공을 이룬다는 의미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은퇴하고 나서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일을 하고 싶습니다. 회사나 사회로 부터 많은 것을 받았으니 돌려줘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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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卽殆). 바이오산업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입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각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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