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간스탠리까지…대우빌딩의 '비운'

모간스탠리까지…대우빌딩의 '비운'

송복규 기자
2010.04.1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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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성장의 상징'에서 3억5000만불 손실예상 '애물' 전락

"그날 새벽에 봤던 대우빌딩을 잊지 못한다. 내가 세상에 나와 그때까지 봤던 것 중의 제일 높은 것. …거대한 짐승으로 보이는 저만큼의 대우빌딩이 성큼성큼 걸어와서 엄마와 외사촌과 나를 삼켜버릴 것만 같다."

인기 작가 신경숙씨 자전적 소설인 '외딴방'에서 묘사한 서울역 맞은 편 대우빌딩의 모습이다. 그랬다. 1970∼80년대 대우빌딩은 서울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려주는 대표적인 상징물이었다. 특히 지방에 살다가 서울에 첫 발을 딛은 사람들은 누구나 이 빌딩의 위용에 압도되곤 했다.

대우빌딩은 지하 2층∼지상 23층, 대지면적 1만583㎡, 건축연면적 13만2330㎡ 규모로 지난 1977년 6월 준공됐다. 이 건물은 1974년 교통부(현 국토해양부)가 교통회관으로 짓다만 것으로 처음부터 대우빌딩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이 임직원은 모두 모여 일할 수 있는 건물을 만들겠다는 소망으로 이 건물을 인수했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이 빌딩은 그 자체가 '사건'이었고 '뉴스'였다. 대우빌딩이 준공되던 날엔 정·재계 인사들의 축하 발걸음이 이어졌고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로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당시엔 4대문 안에 고층빌딩이 많지 않아 대우빌딩에서 청와대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청와대 경호실이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겨 대우빌딩의 청와대 방향 창문을 모두 가리기도 했다. 건물 옥상에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방공포 4대가 설치돼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적도 있다.

서울 관문에 우뚝 솟은 갈색건물의 맨 꼭대기 층인 25층(대우빌딩에는 4층, 13층이 없었다)에는 회장 집무실이 마련됐다. 대우건설, 대우자동차, 대우전자,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 등 모든 계열사가 이 건물을 거쳤다. 가장 먼저 불이 켜지고 가장 늦게 꺼지는 건물, 대우그룹이 승승장구하면서 이 건물은 한때 한국경제 고도성장의 상징으로도 불렸다.

외환위기 여파로 대우그룹이 해체하면서 이 건물은 채권단인 자산관리공사(캠코)에게 넘어갔다. 대우그룹 시대가 막을 내렸지만 'DAEWOO'라는 대우빌딩 간판은 수년간 유지됐다.

하지만 2006년 11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대우빌딩의 간판은 빨간색 날개(금호아시아나그룹 상징)로 교체됐다. 대우빌딩을 팔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한지 6개월도 안돼 오피스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대우빌딩이 준공된 지 만 30년인 지난 2007년 외국계자본인 모건스탠리가 새 주인이 됐다. 대우빌딩의 몸값은 무려 9600억원. 모건스탠리가 약 3000억원을 투자했고 경찰공제회, 국민은행, 대상홀딩스, 대한전선, 신영 등 국내 6개사가 400여억원의 지분을 출자했다.

빌딩 인수에 필요한 나머지 자금은 국내 금융기관에서 차입했다. 모건스탠리는 2년 가까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해 대우빌딩을 '서울스퀘어'라는 이름으로 재개장했다. 대우빌딩의 갈색 외관은 여전하지만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의 흔적마저 사라졌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모건스탠리가 전 세계에 투자한 부동산 중 서울스퀘어에서 가장 큰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이 건물을 10억달러에 인수했지만 약 3억5000만달러 정도 손해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내 부동산 금융 전문가들은 서울스퀘어가 매물로 나오거나 매각되지 않은 상황에 30%가 넘는 손실을 운운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우려했다.

한 전문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0% 정도 급락했던 오피스 매매가가 다시 20% 이상 회복된데다 서울스퀘어의 경우 최근 LG그룹 계열사들이 대거 입주해 임대성적도 좋다"며 "수익률 분석 시점이 언제인지, 어떤 방식으로 계산했는지 등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매입가가 워낙 높은데다 리모델링 공사비 등이 추가로 투입된 만큼 모건스탠리가 희망하는 수익률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알투코리아 김태호 이사는 "모건스탠리가 건물임대보다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대우빌딩을 인수한 만큼 언젠가는 매물로 내놓을 것"이라며 "하지만 당초 예상했던 매도시점보다 훨씬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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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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