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범죄 손실' 가구당 14만원

'보험범죄 손실' 가구당 14만원

김성희 기자
2009.03.26 10:01

['사회악' 보험범죄를 막아라]<2> 악용되는 생명보험

2008년 11월. 충북 옥천에서 1억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에게 술과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흉기로 살해하고 잠에서 깬 세살배기 딸까지 목 졸라 살해한 40대 남성이 검거됐다. 그는 부인 명의로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수익자를 자신으로 해놓은 후 아내와 딸을 살해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강력살인사건을 전하는 뉴스에 '보험금을 노리고…'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특히 사람의 생명을 보장하는 생명보험의 경우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존속살해와 같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보험범죄는 보험사의 3대 수익원 중 하나인 위험률차익의 악화를 가져와 결국엔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보험범죄로 인한 피해규모는 연간 2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가입자 중 일부가 일으킨 보험범죄로 전체 국민이 가구당 14만원씩의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는 셈이다.

◇생명보험 범죄, 형태도 가지가지= 최근 검거된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과거 행적 중 보험금을 노린 방화 의심건이 발견됐다. 10월말 다가구주택에서 가족들과 취침 중 화재가 발생, 아들과 강호순은 탈출하고 그의 네번째 부인과 장모가 사망한 사건이다.

강호순은 사건발생 2주일 안에 주말사망 등을 특약으로 2건의 생명보험을 계약했고 5일전에 혼인신고를 한 점, 기온 4도인 날씨에서 발화점이 모기향으로 추정되는 점 등 보험범죄가 의심된다.

남편을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자신의 불륜사실을 알면서도 이혼해주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은 아내는 내연남과 공모해 남편을 살해한 후 보험금(3억7000만원)을 타기로 한다. 제부도로 가족여행을 떠난 후 남편에게 산책을 하자며 해안도로로 유인한 뒤 미리 약속한대로 내연남이 승합차로 남편을 충격해 살해한 것이다.

보험범죄는 해외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A씨는 사업구상을 위해 베트남을 여행하던 중 오토바이 교통사고가 나고 치한과의 몸싸움 끝에 도주하던 중 운행하던 열차에 올라타려다 양쪽 다리가 열차에 빨려들어가 절단됐다고 주장했다.

단기간에 14개사 17개 보험에 가입해 1급 재해시 총 31억원의 보험금을 지급받도록 설계한 후 자해 자작극을 벌인 것이다.

허위로 장애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다. 동생이 오토바이를 운행하던 중 화물차량과 추돌사고가 나 뇌좌상 및 급성경막하 출혈 등으로 치료를 받자 친형인 B씨는 동생과 짜고 의사를 속여 허위장애진단(정신지체 2급)을 받아낸 후 보험금(7억4000여만원)을 청구한 것.

조직적으로 보험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 군 출신 브로커 C씨는 전·현직 장교, 부사관 등 군인 100여명을 대상으로 보험사기를 교사해 보험금 편취를 유도하고 본인은 수수료를 수령한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입원치료가 필요없는 경미한 질병으로 장기입원하고 기왕증을 은폐하거나 허위 또는 고의로 사고를 유발하는 등의 수법으로 보험금 62억원을 편취했다.

◇증거 잡기 힘든 보험범죄= 자동차보험의 경우 사고 즉시 경찰에 신고하거나 보험사에 통보돼 보험사고 현장확보가 가능하지만 생명보험의 경우 보험사고 발생시 의료기관이나 피보험자에게 보험사에 알릴 의무가 없어 보험금 청구시점이 치료가 완료된 후이거나 사고에 대한 조치가 끝난 이후여서 보험범죄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또 사고내용도 복잡하다. 사건이 발생하고 2년 이내에 보험금을 청구하면 되는 탓에 사망 또는 실종으로 신고한 뒤 장시간이 경과한 후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과거의 증거를 찾기 어려워 보험범죄 혐의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본인이 통증을 호소하거나 운동능력에 제한이 있는 것처럼 연기할 경우 허위장애여부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이 경우 제3의 의사에게 혐의자를 재진단 받게 해 처음 진단이 허위임을 입증하거나, 처음 진단했던 의사에게 허위진단을 내렸다는 진술을 받아야 하지만 쉽지 않은 탓이다.

보험범죄가 의심되더라도 수사에 장기간이 소요된다. 과잉치료, 의도적인 장기 반복입원 등을 조사하려면 의료분석 등을 해야 하고 치료가 적정한지도 분석해야 한다. 허위장애 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혐의자가 해당 장애로 인해 취할 수 없는 자세나 움직임이 가능함을 증명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취득이 현실적으로 힘들다.

또 생명보험의 복잡한 상품 구조와 보장내역별 보험금이 차이가 나는 등 구체적인 범죄행위별 피해금액을 산정하는데 긴 시간이 소요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