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뽑기 '운'이 좋아야 진짜를 쓸 수 있는 나라

[기자수첩]뽑기 '운'이 좋아야 진짜를 쓸 수 있는 나라

신아름 기자
2016.12.16 05:00

"시중에 유통되는 난연 샌드위치 패널의 둘 중 하나가 가짜라니 사용자는 '뽑기' 운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닙니까."

최근 만난 건축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 화재의 피해 규모가 유독 컸던 것은 난연성능을 확보하지 못한 샌드위치 패널(철판 등으로 된 외부의 양쪽 면과 그 사이에 들어가는 심재로 구성된 건축자재)이 시공된 영향이 크다며 정부의 허술한 제품 관리체계를 성토했다. 공인시험기관에서 난연성능 시험을 거쳐 당당히 시험성적서를 받은 제품일지라도 실제 건축현장에서 품질을 점검해보면 성능 미달인 경우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5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실시한 '건축안전모니터링' 2차 사업에서 72개 현장 중 38개 현장의 샌드위치 패널이 '성능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화재가 발생해도 불에 타 쓰러지지 않고 일정 시간 동안 버텨줄 수 있는 난연성을 확보하지 못한 제품이 53%나 된다는 얘기다. 그는 대체 뭘 믿고 제품을 구입해 건물을 지어야할지 막막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건 우선 샌드위치 패널 제조업자의 비양심이 원인일 수 있다. 난연성 시험을 무난히 통과할 수 있도록 시료를 만들어 시험성적서를 발급 받은 뒤 실제 건축현장엔 성능 미달인 제품을 납품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현실이다. 둘째는 샌드위치 패널 제조업자와 건축주 모두의 비양심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이는 건축주가 성능 미달인 것을 알면서도 공사비 절감을 위해 불량품을 시공하는 경우로 생산자와 중간 소비자가 짜고 최종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욱 크다.

무엇보다 그동안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관할 부처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그동안 건축자재는 한번 시공되면 성능 점검이 사실상 어렵다는 이유로 현장 조사에 소극적이었다. 1999년의 '씨랜드 참사' 이래 동일한 유형의 대형 화재사고가 반복되고 나서야 건축안전 모니터링 사업을 실시하며 가짜 난연 샌드위치 패널 걸러내기에 나섰으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샌드위치 패널 제조업체가 현장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더라도 적발된 현장에 대해서만 보상하면 되는 까닭에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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