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자산' 초양극화 시대의 공평과세[청계광장/윤영선]

'소득·자산' 초양극화 시대의 공평과세[청계광장/윤영선]

윤영선 심산기념사업회 회장(전 관세청장)
2026.08.26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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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세원,낮은 세율,적정 누진세가 원칙
증세하더라도 형평성·담세력 살피고
저소득 고령자가 집 팔때 퇴로 열어줘야

정부가 8월 초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세법 개정 때마다 세 부담이 늘어나는 계층의 반발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번 논쟁의 핵심은 단순한 증세 여부가 아니다. 초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를 어느 수준까지 강화할 것인가, 같은 1주택자라도 실제 거주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을 크게 달리하는 것이 공평한가 하는 문제다.

정부는 이를 '조세의 정상화'라고 설명한다.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실거주 주택은 공시가격 14억원으로 높이는 반면, 비거주 주택은 9억원으로 낮추고, 초고가 주택의 종부세는 강화한다. 양도소득세도 거주, 비거주 여부에 따라 차둥하여 세금을 높인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특정 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핀셋 증세'라고 비판한다.

조세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는 '공평'이다. 세금은 국가가 법에 따라 사유재산의 일부를 강제로 징수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다만 무엇이 공평한 과세인지는 시대와 경제환경에 따라 달라져 왔다. 산업사회 이후에는 재산권을 존중하면서 부담 능력이 큰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누진과세가 발전했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과 적정한 누진세율은 오랫동안 조세정책의 기본 원칙이었다.

이제 그 공평 기준을 다시 점검할 때다. 정보통신 혁명과 인공지능의 발전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소득과 자산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현상을 심화시킨다. 기술 변화로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 기반이 약해지는 중산 서민계층을 지원하려면 재정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 초고소득자와 초고가 자산 보유자의 부담을 어느 정도 높이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형평성과 예측 가능성, 납세자의 담세력을 함께 살펴야 한다.

우리나라는 종합소득세 최고세율이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49.5%이고, 상속·증여세 최고세율도 50%로 세계 최고수준이라 추가 증세가 어렵다. 특히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만든 상속세 세율구간은 30여년 동안 개편하지 않아 그동안의 물가상승 등을 고려할 때 현실과 동떨어져지는 면이 많다.

최근 서울 강남과 한강변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를 강화할 필요성은 커졌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큰 자산이익을 얻은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적정한 보유세를 부과하는 것은 공평과세 원칙에 부합한다. 보유세 강화가 매물을 늘려 시장 안정에 기여할 가능성도 있다. 초고가 주택 등 보유세는 핀셋증세가 아니라 보편적 증세를 검토함이 공정원칙에 맞는다.

그러나 은퇴 후 소득이 줄었는데 오랫동안 한 집에서 살아온 고령자처럼 자산은 많지만 현금소득이 적은 경우도 있다.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를 합리적으로 강화하되, 저소득 고령자가 집을 처분하거나 가격이 낮은 주택으로 옮길 때 과도한 거래세 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퇴로'를 함께 마련해 줘야 보유세 강화가 성공한다.

더욱이 1주택자의 거주·비거주 차등과세는 공평원칙과 크게 배치된다. 현대 문명사회는 '노마드' 사회이라고 부를 정도로 거주이전이 자유롭다. 직장, 교육, 농어촌 전원거주 등 삶의 사정은 다양하다. 임대로 소득이 발생하면 임대소득세를 부과하면 된다. 거주 형태 자체를 지나치게 세금으로 차별하면 기본권을 침해하고, 전세시장에 상당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시장은 신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초양극화 시대에 고소득·고자산 계층에 대해 적정한 수준의 보편적 증세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세금이 특정 계층을 징벌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조세의 정상화'와 '공평과세'를 함께 실현하는 길이다.

윤영선 심산기념사업회 회장(전 관세청장)
윤영선 심산기념사업회 회장(전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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