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축구대표팀의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된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을 둘러싼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 감독을 맡았던 팀에서 뚜렷한 성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과 AI(인공지능)를 선수 기용에 사용했다는 논란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모레노 감독의 모국인 스페인에서도 "뜻밖의 복귀"란 평가가 나왔다.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는 지난 1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제7차 이사회에서 모레노 감독을 포함한 임시 코칭스태프 6명의 선임을 승인했다. 모레노 감독은 이달부터 11월까지 A매치 6경기를 지휘한다. 계약 기간은 오는 11월27일까지로, 6경기를 치른 뒤 평가 결과에 따라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이끌 수 있다. 협회가 남자 A대표팀 감독을 공개채용 방식으로 선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협회는 모레노 감독의 장점으로 데이터 활용 능력과 상대 분석, 다양한 전술적 대응 능력을 꼽았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은 "모레노 감독은 한국 축구에 대해 이미 높은 이해도를 갖추고 다양한 전술적 대안을 제시하는 등 열의가 인상 깊었다"며 "모레노 사단이 국가대표팀의 분위기 전환과 경기력 향상에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레노 감독은 현재 파리 생제르맹(PSG)을 지휘하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현역 프로 선수 경력 없이 일찍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그는 AS로마와 셀타 비고를 거쳐 2014년 엔리케 감독과 함께 FC바르셀로나에 입성했다. 2017년까지 바르셀로나 코칭스태프로 활동하며 수많은 우승을 경험했다.
2018년에는 엔리케 감독을 따라 스페인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듬해 엔리케 감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표팀을 떠나자 감독 대행을 거쳐 정식 사령탑에 올라 스페인의 유로 2020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이후 모레노 감독은 엔리케 감독의 곁을 떠나 자신의 이름을 걸고 3개 클럽팀을 지휘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스페인 매체 'OK디아리오'는 모레노 감독의 한국 대표팀 선임 소식을 전하면서 "모레노가 다시 벤치로 돌아왔는데, 뜻밖의 복귀"라고 말했다. AS모나코와 그라나다, 러시아 소치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뒤 새로운 무대에 나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모레노 감독은 2019년 12월 프랑스 AS모나코 지휘봉을 잡았지만 팀을 리그 9위로 이끈 뒤 약 7개월 만에 경질됐다. 2021년에는 스페인 그라나다 감독으로 부임했으나 역시 한 시즌을 채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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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치에서도 부침이 이어졌다. 모레노 감독은 2023년 12월 소치에 부임했지만 첫 시즌 팀의 2부리그 강등을 막지 못했다. 다음 시즌 소치를 다시 1부리그로 승격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2025-2026시즌 개막 이후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소치는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개막 7경기에서 1무6패에 그쳐 승점 1점으로 최하위에 처졌다. 결국 모레노 감독은 2025년 9월 구단과 결별했다.
소치 감독 시절 '챗GPT 논란'도 불거졌다. 러시아 스포츠매체 등에 따르면 소치에서 스포츠 디렉터로 근무했던 안드레이 오를로프는 모레노 감독이 업무 과정에서 챗GPT를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모레노 감독이 원정 훈련에서 이동 거리와 시간 등 여러 조건을 챗GPT에 입력했는데 '28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하는 일정'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에 오를로프가 이를 지적해 수정된 일정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챗GPT가 선수 영입 과정에도 활용됐다는 주장도 있었다. 오를로프는 소치가 공격수 영입 후보를 검토할 당시 모레노 감독이 축구 데이터 분석 플랫폼 '와이스카우트'(Wyscout)의 선수 데이터를 챗GPT에 입력했다고 주장했다. 챗GPT의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선수를 영입했다고 한다.
오를로프는 AI를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챗GPT가 어느 순간 모레노 감독의 주요 업무 도구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주장했다.
모레노 감독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모레노 감독은 당시 현지 매체를 통해 "경기를 준비하거나 선수를 선택하기 위해 챗GPT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대 축구에서 영상과 데이터, 스카우팅 플랫폼 등 다양한 분석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누가 경기에 뛰고 어떻게 훈련하며 어떤 유형의 선수가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전문적인 경험을 갖춘 코칭스태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