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TX조선해양, 법원의 '묶어 팔기' 조급증

[기자수첩]STX조선해양, 법원의 '묶어 팔기' 조급증

최우영 기자
2016.10.05 06:03

프랑스 정부 크루즈선 기술유출 반대·채권단 의견·방위산업 기술 유출 고려해야

STX조선해양과 계열사 고성조선해양, STX프랑스를 묶어서 사겠다는 영국계 인수의향자가 나타났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진행중인 당국과 자금 회수에 목마른 채권단 모두 기다리던 소식이다. 하지만 이 인수의향자의 구매 조건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우선 STX프랑스 지분 33.34%를 보유한 프랑스 정부는 자국 조선소가 보유한 기술의 해외 유출을 엄격히 막고 있다. STX프랑스 생나제르조선소는 크루즈선 외에 프랑스 해군이 운용중인 군함도 짓고 있다. 인수의향자는 생나제르조선소의 크루즈선 기술인력을 STX조선 진해 도크로 데려와 중국 등 신흥국 크루즈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 법원측에 인수의사를 밝히기 전 프랑스 정부와 교감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패키지 매각에 대해 채권단과의 대화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4일 채권단 관계자는 "당장 외국계 선사에서 관심을 보이는 STX프랑스부터 연내 매각하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며 "패키지 매각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법원에서 STX조선해양 국내 조선소까지 한번에 정리하려다 자칫 STX프랑스 매각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기우가 아니다. 2014년동부제철(5,900원 ▲120 +2.08%)구조조정 당시에도 채권단은 매력적인 매물 동부발전당진과 골칫거리로 전락한 동부인천스틸을 묶어POSCO(385,000원 ▲15,000 +4.05%)(포스코)에 떠넘기려다 실패한 전력이 있다. 동부제철과 STX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은 모두 KDB산업은행이다. 패키지딜에 실패한 동부발전당진은 극소수에 불과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임에도 불구, 삼탄과의 한차례 유찰을 거쳐SK가스(243,000원 ▼3,000 -1.22%)에 헐값에 넘겨졌다.

더구나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는 방위산업체다. 정부가 10여년째 주인을 찾아 헤맨대우조선해양(130,000원 ▼1,900 -1.44%)을 노리는 외국계 인수의향자를 외면하며 지켜온 원칙은 '방산기술 해외유출 방지'였다.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419,500원 ▲11,500 +2.82%)처럼 대형 군함이나 잠수함을 만들지는 않지만, STX조선해양 역시 중·소형 스텔스 경비함 등의 건조 기술 축적이 상당한 상태다. 외국계 자본에 넘어갈 경우 기술 유출은 불가피하다.

산업 구조조정·자금 회수에 몸이 달아 외국 자본의 찔러보기식 인수 의향 타진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14일 채권단집회에서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내린 이후, 적절한 가격에 실현 가능한 조건을 제시하는 인수 의향자를 차분히 기다릴 인내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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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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