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지갑닫은 기업 CSR

[기자수첩]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지갑닫은 기업 CSR

최우영 기자
2017.01.09 15:39

일부 봉사단체 예산 담당자들이 최근 대기업 CSR(사회공헌활동) 부서와 새해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접촉하면서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매년 진행해오던 활동들도 올해부터 지원 불가 방침을 통보하고 있다.

한 대기업 CSR 담당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에 기업의 정상적 지출 내역에도 외부세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는 분들이 많다"며 "국내 재단에 출연하는 것보다, 정치권 등이 개입하기 어려운 해외 봉사활동 및 다문화가정 지원 쪽으로 방향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미르·K스포츠 재단의 대기업 강제 모금 과정이 드러나면서 불거진 일들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꾸준히 환원해온 자금에 정치권과 주변에 기생하는 '날파리(?)'들이 꼬이면서, 관행적 사회공헌 활동마저 숨죽이게 됐다.

공적 역할을 담당하는 재단들에 대한 지원액 축소에 이어 '낙하산' 논란을 피하기 위해 CSR에 참여하는 외부 인원들에 대한 통제도 강화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로부터 대학생 봉사단 운영을 위임받은 한 사회단체 관계자는 올해부터 참가 대학생들의 신원 정보에 더해, 부모의 인적사항까지 취합하기 시작했다.

대기업 봉사단 활동이 취업용 '스펙'으로 쓰이다 보니, 취업과 마찬가지로 외압에 의한 학생 선발이 없도록 사전에 걸러내기 위해서다. 과도한 개인정보 제공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참여율이 떨어지며 봉사단 구성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내부 의견도 나온다.

기업들도 할 말은 많다. '돈이 드는' 사회적 책무의 대부분을 기업들의 출연에 기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비록 외압에 의한 것이라 해도 선의에서 베푼 출연금들이 '뇌물'이라는 멍에를 쓰게 생겼다. 일부 기업 총수들의 구속까지 예견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덤터기를 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은 당연지사다.

수많은 정치권과 사회단체에서 대기업 CSR 예산을 바라보는 시각은 '지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갖다 써도 되는 공공재로 여겨왔다. 이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기업들 주머니가 닫히기 시작했다. CSR 예산 줄이는 대기업들을 탓하기 전에, 기업들이 선의로 행하는 사회환원에 사리사욕을 투영하는 최순실과 같은 이들을 막을 장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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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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