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4만 명 감원도 두렵지 않은 '조선 낙관론'

[기자수첩]1.4만 명 감원도 두렵지 않은 '조선 낙관론'

안정준 기자
2017.02.14 14:36

"그 정도 인력 감축은 실현 불가능할 것입니다. 임단협이 진행 중인 노조 압박 카드로 보입니다"

정부가 지난달 조선 3사의 의견을 취합해 발표한 연내 직영인력 1만4000명 추가 감축안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질문에현대중공업(397,500원 ▲9,000 +2.32%)노조 관계자는 이같이 답했다. 연초 수주 회복 조짐이 감지돼 앞으로 일감이 늘어날 것이 뻔한데 실제로 저 정도의 업계 인력감축이 실현되겠냐는 것이다.

사실 1만4000명 감축안은 현대중공업과삼성중공업(27,800원 ▲200 +0.72%), 대우조선해양의 직영인력 규모를 감안하면 매우 강도가 높다. 지난해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이미 7000여명을 감축한 조선 3사의 현재 직영인력은 4만6000여명 수준. 이 가운데 30%를 올해 감축해야 한다는 뜻이어서다.

이 같은 고강도 구조조정안이 노조에 단순한 '압박 카드'로 보일 만큼 업계 사업환경이 개선됐는지는 의문이다.

일단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달 2개월 연속 중국을 누르고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2달간 한국의 수주실적은 약 46만CGT(표준화물환산톤수)로 사상 최악의 수주절벽을 겪던 지난해 같은 기간(약 47만CGT) 보다 오히려 줄었다. 그만큼 전 세계 조선업계 불황의 골이 여전히 깊다.

현재 조선업 실적의 선행지표인 수주잔량 역시 여전히 역대 최저수준이다. 바닥으로 떨어진 일감을 다시 끌어올리려면 '수주대박'이 지속돼야 하지만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다. 국내 조선업계 해양시추설비 일감의 22%를 차지한 시드릴 파산 가능성에서 보듯 해외에서도 무슨 악재가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 허울뿐인 2개월 연속 '수주 1위'만으로 일감 회복을 예단하는 것은 그래서 지나친 낙관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현재 해를 넘겨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사측은 기본급 20%를 반납하는 조건으로 고용보장과 임금 12만3000원 인상을 약속했다. 사측도 더 양보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그리 해야겠지만, 강도높은 업계 30% 인력 감축안이 제시된 가운데 고용보장은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보인다. 남은 것은 지나친 낙관론을 현실론 쪽으로 한 클릭 이동하는 노조의 인식 변화다. 281일째 타협점을 못찾는 임단협도 조선업 불황 탈출에 득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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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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