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년간 줄곧 ‘노동 4법’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던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입장을 바꿨다.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장관은 법정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의 단독처리를 국회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내수침체, 청탁금지법, 조선업 구조조정 등 서너 가지 요인이 겹쳐 있어 내년 2~3월 고용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현실적 고민에서다.
이런 발언은 지난 11월 정기국회에서 노동 4법 무산으로 사실상 좌초된 노동개혁의 불씨를 어떻게든 살려 보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노동시장이 더는 ‘노동 4법’의 패키지 통과에 연연해 할 만큼 녹록지 않다는 절실함에서 나왔다.
이 장관은 “가장 시급한 게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법”이라며 “노사정 합의만 해도 15만개 정도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며 근로기준법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제는 잊혀 버린 ‘9·15 노사정 대타협’의 본질은 일자리였다.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대응해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해서 만들자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올해 초 한국노총이 대타협을 파기 선언한 뒤 노사정간 사회적 대화는 단절됐다. 중재를 맡았던 노사정위원회도 김대환 위원장이 물러난 뒤 6개월째 개점휴업 상태다. 일자리의 중요성을 외쳤던 대타협의 정신은 온데간데없다.
그 사이 청년실업률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각종 고용지표는 바닥을 치고 있다. 내년 1분기 실업률은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수치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어떻게든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대타협의 한 축인 정부의 태도 변화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큰 변화를 가져올 작은 시작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박수 소리가 나려면 손뼉을 마주쳐야 한다. 노동계도 태도를 바꿔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탄핵정국에 편승해 정치적 구호만 외쳐서는 일자리가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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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이 악화할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노동자 개인으로 향하게 마련이다. 이젠 노동계가 응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