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야권 인사에게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는 언론 보도가 16일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야권의 대선 주자인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당권주자인 박지원 최고위원이 안 원장에 대해 한 목소리로 입당을 제안하고 나서는 한편 여권에서는 친박 중진인 이한구 의원이 견제구를 날렸다. 안 원장의 정치 행보가 가져올 수 있는 파괴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현 정부 들어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차례도 1위를 놓치지 않는 독주체제가 계속됐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 안 원장의 대선 도전 가능성이 제기되기 전까지의 얘기다.
지난해 9월6일 CBS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안 원장이 대선에서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설 경우를 가정했을 때 43.2%의 지지율로 40.6%에 머문 박 위원장을 오차 범위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이때부터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지난해 12월 말에는 양자구도가 아닌 여야의 다른 대선주자가 함께 출마하는 것을 가정한 다자구도에서도 안 원장은 박 위원장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 때문에 지난해 9월 박 위원장은 인천 남동구의 한 고용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이 '안철수 바람'에 대해 질문을 쏟아내자 "병 걸리셨어요?"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 새누리당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고 총선 정국이 형성되면서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안 원장에 대한 지지율도 부침을 겪었다. 야권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부산에 출마, 세몰이를 하면서 안 원장은 야권에서도 한 때 지지율 2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총선이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자 야권에선 '안철수 대안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특히 총선 패인 중 하나로 야권의 지나친 '좌편향'이 꼽히자 지지 층이 중도·보수에도 폭넓게 포진해 있는 안 원장의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지율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총선 직후인 지난 12일∼13일 실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는 양자 대결 구도에서 박 위원장 지지율이 47.9%로, 44.8%에 머문 안 원장 지지율을 3.1%포인트 앞섰다. 총선 결과가 박 위원장의 지지율 상승효과로 나타난 것이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로 박 위원장의 지지율이 짧게는 1~2개월 동안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며 "박 위원장의 우위가 고착화될 수 있었는데, 안 원장 출마와 관련한 뉴스로 박 대표의 지지율이 더 이상 올라가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