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들은 옥시의 간담회 일정도 미리 알지 못했습니다"(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성준이 어머니)
"피해자 의견은 전혀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조금씩 배상 규모를 늘려가는 겁니다. 이건 수사를 받게 되니 '물타기' 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어요"(강찬호 가습기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
옥시(옥시레킷벤키저, 현 RB코리아)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배상안은 '또 일방적'이었다. 피해자들은 구체적인 배상안에 대해 언론 보도, 또는 간담회 소식을 접하고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한 기자들을 통해 듣게 됐다. 이들의 격앙된 목소리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을 터.
피해자들은 옥시를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다, 너는 대답만 해) 같다"고 한다. 사건 원인과 피해 규명부터 사과, 배상까지. 수년간 이어진 옥시의 대응은 피해자라는 상대방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일방적 발표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지 5년 만인 지난 5월. 옥시의 공식사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침묵했던 옥시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된 올해 4월에야 자료를 제출했고, 피해자들의 의견도 듣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배상안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은 "먹고 떨어지라는 거냐"고 분노한다. 배상 규모에 대해 피해자들과 사전 합의가 없었고, 특히 배상 적용 대상에 대해서도 '일부 피해자(1·2급)'로 국한했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옥시의 외국인 임원들이 줄곧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서면조사 대상자들은 "잘 모른다", "관여한 바 없다", "기억에 없다"는 등 책임회피성 답변을 반복했고, 특히 과거 마케팅을 담당했던 임원은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허위 문구를 제품 용기에 넣은 경위에 대해 "한국어를 못해 문구를 점검할 수 없었다"는 황당한 답변도 내놓았다고. 사과의 진정성이 결여된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다.
결국 옥시에게도 답은 정해져 있다. 돈보다는 사과가 우선이고, 일부가 아닌 전체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과 배상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이와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에게 이 일은 단순한 돈 문제가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