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조정 "국내 유동성 풍부해도 차별화 힘들 것"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세계 증시가 강한 조정을 받았다. 뉴욕증시는 30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장중 하락폭은 449포인트에 달했다. 같은 아메리카 대륙의 캐나다는 1.85% 하락했고 멕시코지수는 3.56% 내려 낙폭이 심했다. 라틴 아메리카의 브라질도 3.76% 급락했다.
유럽도 급락에서 자유롭진 못했다. 영국은 3.15% 급락했고 독일도 2.39% 내렸다. 프랑스는 2.78% 하락했다. 범유럽 지수인 다우존스스톡스600지수는 374.56으로 2.8% 하락, 지난 2월 27일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과 유럽 공히 60일 이동평균선 전후까지 주가가 밀렸다.
결국 전날 아시아 증시의 하락은 세계 증시 조정의 신호탄이 돼 버렸다. 코스피지수가 2.02% 하락한 것을 비롯 일본니케이지수는 0.88% 하락했고 대만도 1.78% 내렸다.
뉴욕 증시의 하락은 신용경색에 대한 불안때문이다. 2/4분기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리스크가 불거졌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재현되는 과정에서 매도물량이 쏟아진 것이다. 세계 증시의 동반 강세가 풍부한 잉여유동성과 과감한 위험선호 현상에 기인했기 때문에 이번에 불거진 신용리스크는 세계증시에 일정한 충격이 불가피하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내부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조정 폭은 다른 시장대비 제한적일 수 있으나 세계증시의 조정과 별개로 차별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보수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며 "부분적인 차익 실현과 종목 슬림화를 통해 위험관리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증권은 시야에 들어오는 단기지지선을 1900선 정도로 제시했다.
그동안 무시했던 많은 악재들이 한꺼번에 투자자들을 압락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현대차가 환율 약세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2/4분기 실적을 보였지만 여전히 환율은 기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유가도 불안요소다. 전날 유가가 하락했지만 75달러에 육박하는 유가가 낮은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하락 이유를 세계증시의 급락에서 찾은 것은 더욱 문제다. 주가 하락이 경제성장 위축으로 연걸, 유가 수요가 줄 것이란 해석인데 경제성장 위축 자체는 주식시장에 악재이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파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다. 주가 급등으로 비중조절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3조5356억원, 이달 3조3053억원을 내다팔았는데 월간 기준으로 2개월 연속 3조원 이상 순매도를 나타낸 것은 2000년이후 처음이다.
이현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비중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까지 전체 시가총액의 35%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의 연속 매도가 누적됨에 따라 지수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은 2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1900선까지의 단기조정을 고려한 시장접근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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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매수기반인 이머징 마켓으로의 해외뮤추얼펀드 자금 유입은 최근들어 급증하고 있다. 6월이후에만 110억달러, 약 10조원이 자금이 유입됐고 최근 2주간 유입된 자금은 88억달러, 약 8조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뮤추얼펀드는 이머징마켓을 사라고 들어온 자금의 집행을 미루고 있다. 물론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를 사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돈이 들어오는데 한국비중을 조절하기 위해 한국주식을 내다팔 필요는 없다. 다른 나라 주식을 사서 비중을 맞출 수도 있다.
기관투자가 역시 마찬가지다. 전날 기관은 오후들어 갑자기 매수 규모를 축소했다. 그렇다고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기관은 '오늘 사는 것보다 내일 사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박문서 서울증권 연구원은 "전날 조정이 차익실현에 기인한 해외증시 불안과 외국인의 대규모 현물매도에도 비롯됐다는 점에서 지난 6월과 매수 유사하다"며 "기관의 저가매수 심리까지 동조한다면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최근들어 시장은 '내일 오를 것 같으니 오늘 주식을 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언제나 반대로 바뀔 수 있다. 내일 떨어질 것 같으니 오늘 주식 사는 것을 미룰 수 있고, 더 나아가 내일 떨어질 것 같으니 오늘 주식을 팔 수 있도 있다.
내일 오를 것 같아 오늘 주식을 사는 게 정상이라면 내일 떨어질 것 같으면 투자자들의 선택은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