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품을 데이터센터, 늘린다지만…'묻지마 민원세례' 발목

AI 품을 데이터센터, 늘린다지만…'묻지마 민원세례' 발목

성시호 기자
2025.03.06 04:10

[MT리포트-갈 곳 잃은 데이터센터] ③"내 집앞은 안돼" 들끓는 님비

[편집자주] AI(인공지능) 패권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클라우드·데이터센터 등 AI 컴퓨팅 인프라를 확충하려는 각국의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한국은 데이터센터 구축을 비수도권으로 제한한 정부정책과 오해에서 비롯된 님비(NIMBY)가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의 발목을 잡는다. 데이터센터 관련 갈등과 원인, 해외 사례를 통해 대안을 모색한다.
 지난 3일 경기 김포시 구래동에 위치한 '디지털 서울 2(ICN11)' 데이터센터 건설예정부지./사진=성시호 기자 shsung@
지난 3일 경기 김포시 구래동에 위치한 '디지털 서울 2(ICN11)' 데이터센터 건설예정부지./사진=성시호 기자 shsung@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하면서 컴퓨팅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국내에선 이를 실현할 데이터센터(DC) 건설이 부정적 인식 탓에 설 곳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글로벌 DC 리츠(REITs·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디지털리얼티는 2022년 경기 김포시 구래동에 '디지털 서울 2(ICN11)' DC를 착공하고도 수년째 건물 기초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 DC는 지난해 상반기 개장할 예정이었다.

ICN11은 당초 수전용량 64㎿(메가와트)급, 지상 8층·지하 4층 연면적 9만5000㎡(제곱미터) 크기 초거대 DC로 계획됐다. 2022년 1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12㎿급으로 개장한 '디지털 서울 1(ICN10)'의 약 5배 규모다.

김포시는 ICN11에 대해 2021년 건축허가를 내줬지만 지난해 7월 착공신고를 반려했다.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가 같은해 10월 디지털리얼티의 손을 들어주면서 착공신고는 수리됐다. 하지만 공사는 답보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덕이동에서도 DC 건설을 둘러싼 지역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이곳에 20㎿급 DC 건설을 추진 중인 GS건설 자회사 마그나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는 2023년 고양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8월 착공신고가 반려됐다. 경기도 행심위는 2달 만에 마그나PFV의 손을 들어줬다.

건축허가를 마친 DC의 착공신고를 반려하다가 법정다툼까지 간 지자체도 있다. 경기 용인시는 2023년 3월 다우기술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6달 만에 최종 패소했다. 용인시는 공사장 주변 통학로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착공신고를 반려했지만, 법원은 용인시가 서류누락 등 형식적 하자를 따지는 착공신고 수리절차의 심사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지난 3일 경기 김포시 구래동 '디지털 서울 2(ICN11)' 데이터센터 건설예정부지 인근 아파트 외벽에 공사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성시호 기자 shsung@
지난 3일 경기 김포시 구래동 '디지털 서울 2(ICN11)' 데이터센터 건설예정부지 인근 아파트 외벽에 공사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성시호 기자 shsung@

착공신고 수리를 미루거나 거절하면서 '버티기 전략'을 펼치는 지자체들의 뒤편엔 빗발치는 주민 민원이 있다. 업계 안팎에선 세수·고용효과를 유치하겠다며 일단 DC 건축허가를 내주고, 지역갈등이 발생하면 손을 놓거나 사업중단을 유도하는 지자체들의 행태가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주민들의 민원은 DC에 설치할 고압 전력선로와 냉동기가 전자파·소음·열을 방출해 인체피해나 열섬현상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에 기반한다. DC의 디젤 비상발전기가 진동 피해를 유발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민원은 별다른 과학적 근거가 없어 업계·지자체와 평행선을 달리는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국립전파연구원 주관 전자파안전포럼에서 공개한 미래전파공학연구소의 측정결과에 따르면 DC를 둘러싼 16개 지점의 전력설비전자파(ELF)는 최대 14mG(밀리가우스)로 정부 인체보호기준인 883mG의 1.5% 수준에 그쳤다.

냉동기의 경우 이미 주거지역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외부 피해 없이 가동 중인 DC가 수십 곳 있고, 비상발전기는 외부 전원공급이 끊긴 돌발상황에서 서버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시간을 버는 용도에 그친다는 게 DC 사업자 측 설명이다. 한국데이터연합회 관계자는 "고압 전력선은 통상 지중화해 안전하고, 비상발전기는 보통 지하에 설치하는 데다 방진패드도 있다"며 "억지 주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잇따르는 지역갈등을 해소하려면 범부처·산업계 차원의 인식개선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인프라 확충을 우선과제로 보고 해법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정부가 1년 늦어지면 경쟁력은 3년 뒤처진다는 각오로 AI 컴퓨팅 인프라와 핵심인재 육성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성시호 기자

증권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