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은행과 건설사의 '뒤바뀐' 복날

[현장클릭]은행과 건설사의 '뒤바뀐' 복날

정진우 기자
2009.08.13 15:36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말복인 오늘(13일) 시중은행들은 영업점별로 고객들과 거래처에 수박을 나눠줬습니다. 고객들은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입니다. 은행들도 뿌듯해 합니다.

그런데 은행들의 고객 감동 서비스를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 이들도 있네요. 바로 건설업체 자금담당 직원들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복날이면 은행들이 수박 몇 통씩 보내줘 직원들이 더위를 식혔다고 합니다.

그 때는 건설경기가 좋았던 시절이었죠. 건설사들은 은행의 주요 고객이었습니다. 모 건설 자금담당 부장은 "2∼3년 전 만해도 은행들이 서로 돈 빌려주겠다고 줄을 섰었다"며 "지금과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랐다"고 말합니다.

건설사들에게 위기가 닥친 지난 해부터 이런 모습은 사라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오히려 건설업체에서 은행에 수박을 보낼 정도라고 하네요.

경기 침체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어려움에 처한 건설사들은 저마다 은행에 아쉬움을 드러냅니다. 건설경기가 좋고 건설사가 잘 나갈 땐 그렇게 잘해주더니 지금은 야박하게 변했다는 겁니다.

은행에서 VIP대접을 받았던 건설사 임원들이 요즘은 돈을 빌리려 이 은행 저 은행 찾아다니고 있답니다. 옛 정을 생각하며 손을 내밀어 보지만 은행들은 냉정하게 뿌리친다고 합니다.

세상은 순식간에 변합니다. 건설업종이 호황이었던 2년 전만해도 은행은 건설사들을 깍듯이 모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건설사가 '갑'이고 은행이 '을'이었다면 지금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은행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본래 은행의 생명은 리스크 관리이기 때문이죠. 고객의 자산을 불려주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안전하게 지켜주는 겁니다. 때문에 은행들은 건설사들에 빌려준 돈을 어떻게 해서든 받아야 합니다. 자칫 부실 건설사로 인해 수많은 고객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서죠.

하지만 은행들은 경제라는 것이 결국 돌고 돈다는 것을 명심해야합니다. 건설경기가 다시 호황을 맞으면 건설사들은 예전처럼 최고의 고객이 될 수 있죠.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겁니다.

올해 복날은 지나갔습니다. 내년 이맘때에는 은행들이 수박을 들고 건설사들을 찾아다닐 정도로 우리 경제가 나아지고 또 건설 경기가 좋아졌으면 합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정진우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