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SBA) 대표

"세계에서 가장 '힙한 도시' 서울이기 때문에 가능해요. 최첨단을 이끌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이 제일 많이 탄생하는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서울경제진흥원(SBA)은 최고의 '공공 이노베이터'(혁신가)가 될 거고요."
서울은 지난해 전 세계 300개 도시 가운데 창업하기 좋은 도시 8위로 꼽혔다. 역대 최고 순위다. 글로벌 창업평가기관 '스타트업 지놈'의 평가다.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서울의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음 목표로 2030년까지 글로벌 유니콘 50개를 키우는 '세계 5위 창업 도시'를 내걸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유니콘 도시, 이 구상을 앞장서 실현하는 기관이 SBA다.
지난해 두 번째 연임에 성공한 김현우 SBA 대표(사진)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유니콘 기업은 한 도시의,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어내는 혁신 동력"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대표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도시인 서울은 제2의 일론 머스크 같은 창업자들이 나올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며 "SBA는 서울 기업들이 세계로 도약할 수 있게 혁신의 지평선을 넓혀가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SBA는 1988년 설립된 서울시 산하기관이다. 산업 육성과 창업 지원 전통적인 공공기관 역할을 해왔다. 2021년 11월 김 대표가 취임한 이후 완전히 다른 조직이 됐다.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과 성장(스케일업)을 핵심 목표로 삼았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와 연계해 해외 기술실증(PoC) 및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 현지 파트너십 구축, 투자자 연결, 판로 개척 등 세계 시장 진출을 단계적으로 지원한다.
공공기관이 기피했던 일들도 새로운 시도도 늘었다. 10만여명이 찾는 글로벌 행사 '서울콘', 한국 관광의 필수 코스가 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비더비'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서울 중소·벤처기 2253개사의 해외 진출을 도왔다. 수출 성과는 5694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2260개사를 지원, 5500억원 이상의 수출 성과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서울이 가진 위상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영역도 국내에서 전 세계로 넓어졌다"며 "창업 컨설팅이나 초기 지원뿐 아니라 기업들에 부족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는 '글로벌 공공 액셀러레이터'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서울이 창업하기 좋은 도시 8위를 기록했다.
▶2024년 9위에 이어 올해 한 단계 더 올랐다. 역대 최고이자 2년 연속 '세계 10위' 안이다. 불과 5년 전인 2020년 창업환경 조사에서는 20위이었다. 이후에도 10위권 밖에 머물렀다. 서울의 창업환경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탓이 컸다. 현재는 자금 조달뿐 아니라 세계 시장 진출과 생태계 활동성 측면에서도 균형 잡힌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평가받는다. 서울 스타트업이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일이 낯설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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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생태계 뿌리가 많이 단단해졌다는 의미 같다. 유니콘 기업 성과도 그만큼 늘었나.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최근 10년간 탄생한 한국 유니콘은 24개다. 이 중 10개가 2022년에 쏟아졌지만 2023년에는 한 곳도 없었다. 2024년에는 에이블리 1곳, 지난해에는 리벨리온 1곳에 그쳤다. 미국에서는 지난해에만 60여개 유니콘이 탄생했다. 특히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로봇 등 기술 기반 유니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창업하기 좋은 도시인데, 왜 유니콘은 부족한 건가.
▶서울은 2030년까지 글로벌 유니콘 50개 기업을 보유한 세계 5위 창업 도시가 목표다. 지금까지 성과는 초기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양적 성장에 집중했던 결과다. 유니콘 육성은 다른 차원의 얘기다. 질적 성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유니콘은 수만 명을 고용하고, 산업 분야를 주도할 수 있는 영향력이 큰 기업이다. 과거 배달의민족과 쿠팡, 크래프톤, 무신사, 토스 같은 곳들이다. 도시의 가장 좋은 강남, 성수동 지역에서 세련된 사무실을 운영하고, 고급 인력 유치를 위해 깜짝 놀랄 만큼 많은 연봉을 지급하기도 한다. 이런 기업들에는 집중적이고 차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SBA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 부문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이 SBA의 몫이다. 공공이라고 해서 복지 정책이 아니다. 직원들한테도 프로젝트가 망해도 월급 받는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노베이터처럼 생각하고 실행해야 한다. 형식적인 '지원'이 아닌 실질적인 '진흥'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실제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스타트업을 더욱 많이 배출하려면 민간에서도 상상 못 할 방식으로 판을 깔아줘야 한다. 서울 기업들은 세계로, 글로벌 소비자와 투자자는 서울로 올 수 있는 접점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성장한 기업은 글로벌 유니콘으로 도약할 수 있다.
-상상도 못 할 방식으로 '판을 깐다'는 건 무슨 얘긴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콘'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콘은 전 세계 56개국에서 인플루언서 3567개 팀이 참여하는 '인플루언서 박람회'다. 관련 영상 콘텐츠 누적 조회 수는 11억건을 넘었고, 현장에만 9만5000여명이 다녀갔다. K-뷰티, 패션, 푸드, 게임 등 서울 기업들이 글로벌 인플루언서를 통해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진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16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대규모 홍보 행사를 치르려면 비용도 많이 들겠다.
▶그게 재밌는 대목이다. 통상 이 같은 인플루언서를 초청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지만, 서울콘에 참여한 모든 인플루언서는 참가비를 받지 않고 서울을 찾았다. '1인 미디어'인 인플루언서에게 서울은 그 자체가 매력적인 콘텐츠다. 특히 K-팝·K-뷰티에 집중하는 인플루언서에게는 가보고 싶은, 아니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이다. 지금 전 세계 10·20대에게는 그만큼 서울이 가장 '힙한' 도시로 여겨진다. 이들이 앞다퉈 알아서 서울의 다양한 일상을 알리고, 여러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일이 벌어진다.
서울의 일상생활 자체가 '콘텐츠 자산'이 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치맥(치킨·맥주) 버디'가 된 것도 유튜브·넷플릭스 드라마에서 '치맥' 문화가 알려지면서다. 지난해 SBA 초청으로 왔던 실리콘밸리 등 해외 벤처투자자들도 비슷했다. 스타트업 대표들과 '찜질방 미팅'을 하고, 광장시장에서 '분식 파티'를 했다. 결국 관건은 비용이 아니라 서울의 문화적인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판을 까는 '말랑말랑한' 시도가 핵심이다.
-반대로 해외로 나가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최근 글로벌 통상 환경은 관세, 규제, 공급망 불확실성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서울 대표 산업인 '뷰티'와 '패션' 중소기업의 온라인 수출은 꾸준히 증가 중이다. 온라인으로는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인 메르카도 리브레(중남미), 아마존(중동), 틱톡샵(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오프라인으로도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사업'과 전략거점 확보를 통한 '글로벌 리테일 채널 진출사업'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SBA가 서울 창업 인프라 자체를 판매한다는 부분은 뭔가.
▶서울콘 자체를 세계로 확장할 계획이다. 첫 무대는 올해 4월 몽골 울란바토르다. 서울콘 브랜드 사용료(로열티)를 받고, SBA는 운영 구조·프로그램 설계를 담당하고, 현지 파트너가 실행을 맡는 형태가 될 거다. 몽골 현지 인플루언서들을 기반으로 K콘텐츠 주제로 이뤄질 예정이다. 몽골은 한류에 높은 호감을 가지고 있어 우리 기업들이 진출하기에 심리적 장벽이 낮은 최적의 시장이라고 꼽힌다. 이번 몽골 서울콘은 현지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K-콘텐츠와 서울의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새로운 무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