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준비하는 아빠들에게[40육휴]

육아휴직을 준비하는 아빠들에게[40육휴]

최우영 기자
2026.02.21 06:00

[40대 아빠의 육아휴직기] < 52주차·끝 > 육아휴직 팁 정리

[편집자주]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딸과 함께 보낸 1년간의 육아휴직. 내 생애 최고의 선택. /사진=최우영 기자
딸과 함께 보낸 1년간의 육아휴직. 내 생애 최고의 선택. /사진=최우영 기자

52주의 육아휴직이 모두 끝나고 드디어 복직했다. 마지막 육아휴직기를 어떤 내용으로 남기면 좋을까 고민한 끝에 다른 아빠들의 육아휴직을 위한 팁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육아휴직에 들어가기 전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 지나고 나서야 깨달은 점들을 모아봤다. 육아휴직기를 처음 쓸 때의 마음처럼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과 휴직계획 수립에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육아에도 필요한 '정책 방향' 잡는 시기
기저귀 뒷면의 '뒤' 글자에 의존해 앞뒤를 겨우 구분하던 초보 아빠는 1년의 육아휴직을 보내며 모든 육아 기능을 습득한 전천후 아빠로 거듭났다. /사진=최우영 기자
기저귀 뒷면의 '뒤' 글자에 의존해 앞뒤를 겨우 구분하던 초보 아빠는 1년의 육아휴직을 보내며 모든 육아 기능을 습득한 전천후 아빠로 거듭났다. /사진=최우영 기자

정책은 국가나 지자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집안에서도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큰 줄기를 미리 정해놔야 나머지가 수월하다. 회사 다니면서 일에 치이고 시간에 쫓겨 그날그날의 육아만 해치우는 데 급급했다면 휴직기간에는 보다 긴 호흡의 육아 방향을 잡아야 한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육아 철학'도 중요하지만 실무적인 방향도 세워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부부 사이의 역할 분담을 정하는 것이다. 그때그때 손 비는 사람이 아이를 더 보는 가내수공업식 육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휴직기간 중에, 휴직이 끝난 이후에 어떻게 아이를 돌볼지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일상 루틴을 만드는 것도 좋다. 명절이나 방학 같은 일부 시기를 제외하면 주중, 주말에 예측 가능한 일정을 규칙적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미리 짜놓는 것이다. 집 근처의 문화센터나 키즈카페부터 아이와 자주 가면 좋을 공원, 공공기관의 어린이쉼터 등의 장소를 폭넓게 검색하고 파악해야 한다. 아이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좋을지 우왕좌왕할 수고를 덜 수 있다.

영원하지 않은 휴직…복직 이후 대비 필요
1년 동안 딸과 형성한 강력한 애착이 그녀의 삶에서 굳센 자존감의 원천이 되길 바란다. /사진=최우영 기자
1년 동안 딸과 형성한 강력한 애착이 그녀의 삶에서 굳센 자존감의 원천이 되길 바란다. /사진=최우영 기자

육아휴직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연착륙'이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아빠가 회사로 복귀한 뒤에도 지속 가능한 육아가 이뤄질 수 있는 토대를 쌓아야 한다. 1년 동안 온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아이를 돌보다가 갑자기 회사로 돌아가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갑자기 1인분의 인력이 사라지면 남은 육아 종사자들은 엄청나게 힘들어진다.

아내와의 분업도 분업이지만, 돌봄을 도와줄 가족이 있다면 미리 일상의 일정을 조정하는 것도 휴직기간에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아예 처가나 본가 근처로 이사할 수도 있다. 회사 다니는 시기보다는 휴직기간에 이사하는 게 훨씬 부담이 적다. 조부모가 아이를 봐준다거나 시터를 고용하는 경우 급여 또는 용돈의 수준을 어떻게 할지도 미리 정해놔야 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미리 등록시키는 게 좋다. 휴직기간 동안 돌보다가 복직한 후 곧바로 집어넣을 수가 없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자리가 맨날 비어있지 않다. 휴직기간 중 연 닿는대로 등록시키고 해당 기관에 아이가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아이의 건강을 중점적으로 돌아보고 특별히 신경 쓸 부분을 파악하는 데도 육아휴직 기간이 유리하다. 회사 다니면서 구비하기 힘든 육아용품이나 서비스를 미리 챙겨놓는 것도 좋다. 평생 다닌 당근 중고거래보다 육아휴직기간에 다닌 거래가 더 많았다.

휴직기간 얇아지는 지갑…미리 대비해야
복직 이후에도 초저녁에 아이와 함께 침대에 누워서 재우며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사진=최우영 기자
복직 이후에도 초저녁에 아이와 함께 침대에 누워서 재우며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사진=최우영 기자

월급이 안 나오는 육아휴직 특성상 빠듯한 가계부 관리가 필수다. 안타깝게도 육아휴직급여는 휴직 1달을 채운 뒤부터 신청 가능하다. 미리 고용24 홈페이지 가입해놓고 서류를 등록해놓아야 편하다. 회사 인사팀에 미리 말해서 사측이 준비해줘야 할 서류를 요청하는 것도 필요하다. 육아휴직을 시작한 날짜가 2월 20일이라면 3월부터 매달 20일마다 급여를 신청해야 돈이 나온다. 매달 같은날 알람을 설정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정책자금의 원리금 상환은 유예 신청을 해놓는 게 좋다.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올해 1월부터는 대다수 시중은행의 일반 주택담보대출도 원금상환 유예가 가능하다고 하니 각 은행에 조건을 문의해보는 게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대부분 자동으로 납부예외처리가 되는데 혹시나 납부하라는 연락을 받으면 개인적으로 휴직기간 납부예외 신청을 해야 한다. 건보료는 복직 이후 1년치를 몰아서 청구한다고 한다. 고용보험료는 월급이 없으므로 따로 징수하지 않는다.

꼭 주택자금이 아니더라도 시중은행의 일반 대출 중에 육아휴직기간 동안 상환을 유예할 수 있는 종류도 있다. 카드론 역시 마찬가지다. 이용 중인 카드사나 은행에 결제대금 유예가 가능한지 문의해보는 게 좋다.

휴직기간에 회사에서 가입한 단체보험(실비보험)이 유효한지도 미리 파악해두는 게 필요하다. 사규에 따라 회사마다 처리 방식이 다르다. 휴직기간에 단체보험 효력이 중지되는 경우 개인 실비보험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아이 돌볼 체력을 확보하는 시기
아이들이 귀여운 순간 중 하나는 어른인 척하며 부모의 물건을 탐할 때다. 맞지도 않는 고무장갑과 슬리퍼를 착용한 모습. /사진=최우영 기자
아이들이 귀여운 순간 중 하나는 어른인 척하며 부모의 물건을 탐할 때다. 맞지도 않는 고무장갑과 슬리퍼를 착용한 모습. /사진=최우영 기자

사회생활하면서 소홀해진 체력 관리에 다시금 힘을 쏟을 수 있는 시기가 육아휴직기간이다. 회식과 미팅으로부터 자유로워진만큼 기간을 정해 금주할 수 있다. 아이와 맨날 붙어있다보면 금연하는 데도 유리하다.

육아에 지쳐 헬스장 갈 시간이 없더라도 꾸준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 손을 잡고 주기적으로 동네를 산책하며 바깥공기를 마시는 게 좋다. 매일 전쟁 같은 수면 루틴을 가진 아이라면, 육아휴직기간에 대대적으로 수면법을 손질할 수도 있다. 회사 다닐 때는 엄두도 못 내던 분리수면을 휴직기간 동안 잘 가르쳐서 성공했다는 사람들도 많다. 많은 걸 시도할 수 있는 육아휴직기간이다.

회사·업무와 최소한의 끈 남겨놓기
(위)1년 전 침대에서 잠든 딸의 모습과 (아래) 최근의 모습. 아이의 몸과 마음 모두 많이 컸다. 변치 않는 건 단 한 가지. 자는 모습이 항상 제일 예쁘다. /사진=최우영 기자
(위)1년 전 침대에서 잠든 딸의 모습과 (아래) 최근의 모습. 아이의 몸과 마음 모두 많이 컸다. 변치 않는 건 단 한 가지. 자는 모습이 항상 제일 예쁘다. /사진=최우영 기자

언젠가 다시 회사로 복귀할 게 분명한만큼 아예 연을 끊는 '폐관 수련'식 육아휴직은 무리가 있다. 회사 동료나 거래처 파트너 등의 경조사 소식을 전해 들을 채널을 확보해두는 게 좋다. 경사는 좀 놓치더라도 조사는 꼭 알려달라고 인편에 부탁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복직한 뒤 빠르게 업무에 복귀하려면 감각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뉴스 기사를 보며 업계의 트렌드와 굵직한 소식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업무 특성상 인적 네트워크 유지가 필요한 경우에는 따로 신경써야 한다.

지금까지 '40대 아빠의 육아휴직기'를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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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40 넘은 나이에 첫 아이를 얻었습니다. 육아휴직을 하며 그 경험을 나누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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