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구멍 많은 노역제도②

#. 61세 김모씨는 편의점에서 2000원짜리 아이스크림 두 개를 훔쳐 벌금형을 받았다. 김씨는 벌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았고 결국 노역 30일에 처해졌다.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그는 교도소에 입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부전증 등의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교도소가 쓴 김씨 의료비는 1480만원에 달했다.
1년여 전 경기도의 한 교도소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교정당국 관계자들은 꽤 잦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소액 벌금 미납자 상당수가 노숙인, 알코올 중독자 등이라 노역하기 어려운 건강 상태인 경우가 많아서다. 교정기관이 나서 치료를 돕다보면 노역 기간이 끝나버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세금으로 범죄자들 병원비만 내주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3월말을 기준으로 수용 중이거나 출소 후 1년 이내인 노역수 중 외부 의료시설 진료 및 입원으로 의료비를 과다 지출한 대상자 14명의 평균 입원 기간은 11일, 국가예산으로 진료한 의료비는 약 9800만원이다. 1인당 평균 700만원을 쓴 셈이다. 이들 외에도 다양한 이유들로 의료시설을 찾는 노역수가 적지 않다.
노역수를 수용하고 건강검진·진료·약물치료 등을 제공해야 하는 교정기관 업무상 병원비 부담은 불가피하다. 노역수에게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 경우 교정기관이 책임질 의무가 있어서다. 심각한 질병이 아니라고 판단해 대응을 미뤘다가 문제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5년간 노역수 12명이 질병 등 사유로 교정시설 내에서 숨졌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안 그래도 과밀수용 문제가 심각한데 노역수로 들어온 사람들의 병원 치료를 위해 3명씩 붙어서 나가면 인력 부족 문제는 더 심해진다"고 했다.
법조계 안팎에서 내야하는 벌금보다 수용·의료·관리 비용이 더 들어가는 이른바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동교도소장을 거친 금용명 교도소연구소 소장은 "노역수 대부분이 건강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경우가 많아 일할 수 없는 노역수가 상당히 많다"며 "오히려 교도소에 와서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응급 치료를 받으면 상당한 병원비를 국가에서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령화와 노인 인구의 빈곤이 심화됨에 따라 제도 전반을 다시 살펴야 할 필요성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는 관점도 제기됐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령화가 심각한 일본의 경우 징역과 금고를 나누는 실익이 없다는 지적으로 인해 구금형으로 통합했다"며 "한국도 고령화의 문제로 인해 노역이 갈수록 어려워질텐데 기존의 관점을 전환해 제도 개선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