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제학회 2026 연례회의]

과거 중앙은행의 최대 적이 고물가였다면 미래의 적은 '코드'와 '알고리즘'이 될 전망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2026 연례회의에서 '연준의 미래' 세션에서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대 교수는 인공지능(AI)과 가상화폐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제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를 내놨다.
로머 교수가 제시한 충격적인 첫번째 가설은 AI를 활용한 결제 시스템 해킹이다. AI가 진화하면서 중앙은행 결제망의 틈을 찾아내 대규모 자금을 탈취하거나 마비시키는 게 이론적으로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연준이 시장에 돈을 얼마나 풀었는지를 보여주는 대차대조표가 사이버 공격을 받는다면 단순히 은행 한두곳이 망하는 것을 넘어 수준을 넘어 달러에 대한 시장 신뢰가 무너지고 전 세계 결제 시스템이 멈추는 '금융 붕괴'가 초래될 수 있다. 로머 교수는 "연준이 고전적인 경제 지표에 매몰된 사이 기술적 위협이라는 '보이지 않는 적'이 이미 문턱을 넘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두번째 위협은 스테이블코인이다. 이날 대담자로 참석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스테이블코인의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 위험성을 경고했다. 가치가 달러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은 겉으로는 안전해 보이지만 위기가 발생해 투자자들이 동시에 돈을 빼기 시작하면 가치가 폭락하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스테이블코인의 덩치가 이미 너무 커졌다는 점이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붕괴는 투자자들이 보유한 막대한 미국 국채 매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시중 금리를 폭등시켜 일반 가계 대출 이자까지 끌어올리는 연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실물 경제가 가상화폐라는 '디지털 도미노'의 끝단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라는 게 로머 교수의 경고다.
이날 토론 대담자들은 공통적으로 기술 발전 속도를 규제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데 우려를 표했다. 연준의 규제 체계는 여전히 20세기 은행 체제에 머물러 AI와 가상화폐가 주도하는 새로운 금융 지형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로머 교수는 "금융 안정은 이제 경제학자만이 아니라 보안 전문가와 엔지니어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연준이 기술적 전문성을 갖춘 '디지털 파수꾼'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