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식음료 가격인상, 비난만이 능사 아니다

[기자수첩]식음료 가격인상, 비난만이 능사 아니다

민동훈 기자
2016.12.26 04:15

최근 빵·라면·맥주 등 주요 식음료 가격의 잇단 인상으로 '서민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는 분석이 쏟아지는걸 보면서 서글픔이 밀려왔다. 우리 경제가 이 정도 물가상승 조차 감내하지 못할 정도로 엉망인 걸까.

일반적으로 물가는 경제성장률과 연동한다. 경제가 좋아지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경제성장률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즉 정상적인 경제상황이라면 적정한 물가상승은 국민소득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최근 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3% 상승했다. 0%대에 머물던 물가상승률은 9월 이후 1%대로 올라섰지만 한국은행 목표치(2%±0.5%)에는 한참 부족하다.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임대료, 인건비 상승 등에도 가격을 올리지 못해 채산성이 악화됐다. MB정부 시절 품목별 담당자를 정해놓고 물가를 통제했던 후폭풍이다.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고 소비가 드라마틱하게 오르지도 않았다. 상품원가를 구성하는 각종 비용은 상승했지만 가격을 통제당하다 보니 기업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즉 '물가 통제(정부)→채산성악화(산업)→비용감축(기업)→소득감소(소비자)→물가 통제(정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야기한 것이다.

일각에선 최근의 식음료 가격인상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혼란을 틈탄 꼼수라고 비난한다. 물론 혼란스런 정국 탓에 가격인상 이슈의 파장이 예전같지 않다. 가격인상 정도는 하루 이틀 정도만 버티면 최순실 관련 이슈에 묻히는 것도 사실이다. 여론에 민감한 소비재 업체들이 이러한 계산도 없었으리라 생각하기 힘들다.

현 상황은 MB정부시절부터 이어진 '관치경제'의 실패로 봐야한다. MB정부는 품목별 담당자를 정해놓고 물가를 통제했다. 이 때문에농심(375,000원 ▲1,500 +0.4%)의 경우 5년1개월, 오비맥주는 4년 2개월,하이트진로(17,230원 ▲40 +0.23%)는 4년6개월, 파리바게뜨는 2년10개월여 만에야 가격을 올릴 수 있었다.

상품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비용 중에는 인건비도 포함돼 있다. 적정수준의 가격인상이 이뤄져야 임금 인상의 당위성도 충족된다. 소득이 올라야 소비가 늘고 상품판매가 증가해 투자가 활발해지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불황기 가격인상에 대한 저항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기업에 대한 비난만 내뱉는 것으로는 건전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확실한 유인책을 내놓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걸 정책 당국자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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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훈 기자

미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는 가에 달려 있다. 머니투데이 정치부 더300에서 야당 반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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