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책금융에 수익성 잣대, 올바른가

[기자수첩]정책금융에 수익성 잣대, 올바른가

지영호 기자
2017.04.14 04:40

최근 공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중소기업 정책자금 성과분석’ 용역보고서를 두고 말이 많다.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오히려 악화됐다’는 결론을 내놓고 연구의 핵심이 되는 평가지표를 TFP(총요소생산성)로 삼아서다.

TFP는 투입요소 대비 부가가치 산출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노동, 자본, 기술, 경영, 제도 등 다양한 지표를 분모로 하고 실적을 분자로 둔다. KDI는 이를 적용해 정책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낮은 결과 값을 얻은 만큼 정책금융에 따른 효과는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애매한 부분이 있다. 정책자금을 받으면 투입자본이 커지다 보니 분모 값도 덩달아 커진다. 결과적으로 재정지원을 받은 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성을 올리는 것처럼 보인다.

경영지표가 뛰어난 중소기업이라면 정책자금을 받을 이유가 없다. 수요자는 대부분 위기상황에 놓인 중소기업이다. 이미 금융시장에서도 외면을 받았을 터다. 이런 기업에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은 공공부문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DI의 평가가 ‘물에 빠진 사람을 도와줬더니 그 행위를 나무라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인은 따로 있는데 눈앞의 현상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소기업 융자 지원 기능의 민간은행 이양’ 주장은 그래서 우려스럽다. 은행은 지금까지 위기 기업에 인색했다. 장래 손실이 우려되면 ‘비올 때 우산 뺏기’를 당연시 여겼다. 만약 기업융자 기능이 시중은행으로 넘어가면 창업기업이나 재해기업 등도 외면받을 공산이 크다.

또 은행들은 영업이익 극대화를 위해 공공기관보다 높은 이자를 위기의 중소기업에 전가시키거나 이자차익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늘어나는 비용은 결국 중소기업이나 국가재정에서 부담해야 한다.

보고서가 나온 배경으로 새 정권 출범을 앞두고 정부조직개편에 대비한 조직의 생존경쟁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선주자마다 부(部) 승격을 약속하는 중소기업청의 ‘자금줄 끊기’라는 시각이다.

정책자금 지원을 중소기업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금융 맹신주의적 사고로만 접근한다면 대한민국 경제에 재도전이라는 단어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생존 논리를 만들려는 의도라면 더더욱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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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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