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누구도 '확실한 승리' 못거둬…특검요구 등 2라운드 가능성
"국가정보원이 대선에 개입하고 경찰은 이를 축소은폐했다." (민주당)
"민주당과 국정원 전현직 직원의 매관매직, 국정원 여직원 감금사건이다." (새누리당)
국정원 댓글 의혹 등에 관한 진상을 규명하겠다던 국회 국정조사가 19일 2차 청문회를 끝으로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여야는 국조 기간 내내 증인채택과 의사일정을 둘러싸고 대치상황과 극적 협상 타결을 반복했다. 이에 국정조사는 실체적 진실규명보다는 여야가 각자 물러섬 없는 자기주장을 반복한 무대가 됐다.

여야 합의에 따른 공식 국정조사 기간은 오는 23일까지다. 당초 16일까지이던 것을 한차례 연장한 결과다. 19일 청문회를 마쳤으므로 21일 3차 청문회가 남아있지만 개최가 매우 어려워 보인다.
여야 합의에 따라 1, 2차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은 21일 3차 청문회에 부르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줄곧 요구해온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채택은 사실상 불발된 상태. 새누리당이 두 사람 증인채택에 강하게 반발해온 데다, 추가 증인채택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증인에게는 출석해야 하는 날부터 일주일 전에 출석요구서를 보내야 한다.
따라서 여야는 이미 완료한 세 차례의 기관보고, 두 차례 청문회를 바탕으로 결과보고서 채택을 시도할 전망이다. 하지만 당이 합의하는 하나의 보고서를 도출할지 극히 불투명하다. 이번 국정조사는 기존에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 측면보다 여야가 각자 주장을 강화한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파행 연속…'규명'보다 '공방'으로= 지난달 2일 시작한 국조는 본궤도에 오르기 전부터 심한 진통을 겪었다. 여야의 일부 특위 위원에게 자격이 없다는 제척 논란이 벌어졌다. 새누리당이 겨냥한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은 특위위원직을 지난달 17일 사퇴, 정상화 물꼬를 트는 듯했다.
하지만 국정원 기관보고를 공개·중계할지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해당 기관보고가 한차례 연기되기도 했고 여야는 그러는 중에도 증인채택을 둘러싸고 줄곧 평행선을 달렸다. 특위 간사를 넘어 여야 원내대표까지 나서는 우여곡절 끝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29명 증인이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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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야는 애초부터 '동상이몽'이었다. 민주당은 통해 국정원이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대선에 개입했고, 새누리당과 국정원·경찰이 관련됐다는 주장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경찰과 국정원 윗선에서 지시, 개입했다는 의혹을 품었다. 19일 청문회에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압수수색 영장 관련 전화를 '외압'으로 받아들였다는 증언을 받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과 일부 국정원 전현직 직원이 매관매직을 시도했으며 이들이 국정원 직원을 미행, 감금했다는 의혹에 집중했다. 특히 여당은 국정원 요원들이 국내 웹사이트에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다는 것은 북한 또는 국내 종북세력을 찾아내고 추적하기 위한 심리전의 하나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온라인상에 광범위하게 북한의 대남심리전 요원들이 글을 올리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확보했다.
특위위원과 증인 사이 공방이 한 축이라면 여야 위원들이 상대를 깎아내리는 비방전은 다른 한 축을 이뤘다. 막말과 고성이 반복됐다. 동일한 증인의 증언도 각자가 이미 내린 결론에 맞게 해석했다. 사실상 마지막 일정으로 여겨진 19일 청문회에선 험악한 분위기가 절정에 달해 수차례 회의가 중단되는 파행을 겪었다.
◆끝난 게 아니다…2라운드 대비= 국정조사가 설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다 해도 기한은 완료된다. 다만 이를 통해 국정원 논란이 일단락되기보다는 쟁점만 바꿔 여야공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로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며 특검도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접고 원내활동에 집중할 뚜렷한 명분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국정조사 과정에서 진실규명과 국정원 개혁을 바라는 민심이 강해졌다는 내부분석도 있다. 단 장외투쟁이 장기화하는 데 따른 국민 피로감, 결산국회·정기국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부담스럽다.
새누리당도 대치정국을 해소할 뾰족한 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결산국회 기한을 명분으로 민주당을 국회로 끌어들이기는 역부족이다. 국정조사에서 민주당의 '댓글의혹' 공방은 잘 막아냈다고 자평했지만 새로운 특검 요구에 대해 또다시 양보 없는 공방에 빠지면 국정 동력이 약화되고 거대여당의 리더십도 발휘하기 어렵단 고민이 있다.
한편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국정원장은 조직 창설 후 처음으로 국회 증언대에 섰고, 16일 1차 청문회에선 원세훈·김용판 증인이 약속이나 한 듯 증인선서를 거부한 채 답변하는 기록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