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서 '난임치료'로 확전? 다시 불붙은 의사-한의사 갈등

'엑스레이'서 '난임치료'로 확전? 다시 불붙은 의사-한의사 갈등

정심교 기자
2026.01.05 16:22

의사들과 한의사들 간 힘겨루기가 새해 들어 더 팽팽해질 전망이다. 그간 한의사들이 엑스레이·레이저·고주파 등 의료기기의 사용 권한을 달라고 주장하면서 의사들이 면허 침해로 맞받아쳐 왔는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한방 난임치료 급여화'를 저울질하고 한의사들이 환영하자 이번엔 산부인과 의사들까지 들고 일어섰다.

지난 3일 대한의사협회·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적 근거와 안전성 검증 없이 추진되고 있는 한방 난임치료가 산모 건강과 태아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이날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기철 부회장은 "한방 난임치료에 사용하는 한약 처방 다수에는 임신 중 사용하면 태아 기형, 유산, 장기 독성을 일으킬 위험이 지적된 약재(목단피·도인 등)들이 포함돼 있다"며 "한약 복용과 관련한 심장 독성, 중금속 노출, 유산 위험 증가 가능성이 국내외 연구결과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됐다"고 언급했다. 한방 난임치료 시 유산율이 인공수정보다 3배 더 높고, 출산 실패율도 최대 8배 더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3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적 근거와 안전성 검증 없이 추진되고 있는 한방 난임치료가 산모 건강과 태아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한방 난임 지원사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3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적 근거와 안전성 검증 없이 추진되고 있는 한방 난임치료가 산모 건강과 태아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한방 난임 지원사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이에 대해 5일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입장문을 내고 "한의약 문외한들의 악의적 폄훼에 불과하다"며 "한의약 난임치료는 학술적·임상적 전문성과 성공률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만큼, 정부는 하루빨리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한의협은 한방 난임치료 효과를 입증한 과학적 근거로 여러 연구결과를 내놨다. 그 예로 2020년 발표된 '대만 여성 불임에서 전통 한의약(중의약) 치료와의 연관성' 연구결과에 따르면 난임 여성 5254명에게서 전통 한의약(중의약) 치료군의 임신 성공 가능성이 비치료군보다 1.48배 더 높았다. 특히 '사물탕', '가미소요산', '계지복령환', '당귀작약산' 등의 처방이 임신 성공률을 높였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5일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가 한방 난임치료의 효과를 입증했다는 대만의 연구결과를 입장문에 첨부해 제시했다. /자료=한의협
5일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가 한방 난임치료의 효과를 입증했다는 대만의 연구결과를 입장문에 첨부해 제시했다. /자료=한의협

또 2015년 발표된 '여성 불임에 대한 중국 한약 치료: 업데이트된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여성 4247명을 대상으로 한 40개의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한방 치료받은 여성이 양방 단독 치료를 받은 여성보다 임신 성공률이 1.74배 더 높게 나타났다. 한의협 클린-K특별위원회 서만선 위원장은 "복지부가 발간한 여성 난임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난소 예비력 저하 여성의 한약 치료와 보조생식술을 받은 여성의 침·전침 치료 등 한의약이 난임 부부에게 훌륭한 치료법임이 객관적으로 확인됐다"고 언급했다.

때 아닌 '한방 난임치료' 논란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질문과 답변에서 출발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한의학 난임 시술도) 보험처리가 되느냐. 국가 지원이 있느냐" 물었고, 정은경 장관은 "(한방 난임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과학적으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효과를 (한의계가) 보여주시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들의 대화는 현재 한방 난임 치료는 비급여인데, 의사 출신의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사실상 난색을 보인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방 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입증 여부 때문이다.

이번 논란에 앞서 한의사의 엑스레이·레이저·고주파 등 의료기기의 사용권을 주장하면서 두 직역 간 갈등은 이미 불거진 터였다. 특히 최근 일부 한의사 단체가 고출력 레이저 및 IPL(광선치료), 박피 장비 등 레이저 의료기기를 활용한 침습적 시술 교육을 진행한 것과 관련,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산하 단체에 '한의사 대상 연수강좌 및 한의대 출강 금지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며 제동을 걸었다.

복지부와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제작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표지 이미지. / 자료=복지부
복지부와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제작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표지 이미지. / 자료=복지부

의협에 따르면 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한 색소 병변 치료, 혈관 레이저, 제모와 같은 의료기기 시술은 피부조직에 열적·광학적 손상을 유발하는 만큼 화상, 반흔, 감염, 색소 이상, 시력 손상 등 부작용 위험이 상존한다. 서울특별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이런 시술은 의과대학 6년 교육과 합법적 수련 과정을 통해 체계적인 해부학·생리학·병리학 교육을 이수한 의사만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의협은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한의사의 레이저, 고주파, 초음파 및 단순 자동진단 의료기기 사용은 가능하다고 한 바 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레이저수술기'를 한방행위 관련 장비로 분류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며 "관련 법령에서도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이런 가운데 '한방 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논하는 공청회' 개최를 두고 의사·한의사 집단 모두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조만간 공청회가 실제로 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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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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