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최신 스마트폰을 70만원에 샀는데 남들은 30만원에 샀다고 하면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기형적인 시장을 놔두고 무조건 얼마씩 통신비를 낮춘다고 소비자들이 만족할까요?"
정국 혼란기를 틈타 휴대폰 시장이 또 다시 혼탁해지고 있는 와중에 현실과 동떨어진 통신비 인하 공약들이 나오는데 대한 반응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공백과 LG전자, 삼성전자 등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로 휴대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불법 보조금이 난무하고 '떴다방'까지 암암리에 등장했다. '스마트폰 떴다방'은 불법 보조금 단속을 피하기 위해 오피스텔 등을 초단기로 임대해 휴대폰을 판매하는 '기획 휴대폰 판매점'이다. 카카오톡이나 문자, 네이버 밴드 등 폐쇄적인 연락 수단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고객들을 모집해 불법 보조금을 제공한다.
휴대폰을 싸게 파는데 이견이 있을 소비자는 없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시장이 혼탁해지고 시장 신뢰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일부 소비자들만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싸게 살 수 있다면 정식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구입한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시장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통신비가 적정한지에 대한 판단보다는 왜곡된 시장에 대한 불만이 앞서게 되는 것이다.
'페이백(불법 현금보조금)' 사기에 대한 불안에도 '떴다방'을 기웃거리는 것은 나만 '호갱'이 될 수 없다는 억울함 때문일 것이다. 말 많고 탈 많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등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시행과정에서 수많은 진통과 논란도 제기되고 있지만 그나마 시장 왜곡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의견도 있다.
다음달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어김없이 선심성 통신비 인하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선 후보별로 차이는 있지만 통신 기본료 폐지, 단통법 개정, 제4이동통신 도입 등이다. 매 선거마다 통신비 인하 공약이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먹히는 카드’라는 뜻이다. 정가가 100만원에 가까운 스마트폰에 통신비, 초고속인터넷 비용 등은 이미 가계 소비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국민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자는 공약 취지는 십분 공감하지만, 급조된 대선 공약이 또 다른 시장 왜곡과 소비자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 실제 기본료 폐지나 제4이동통신 같은 공약은 지난 대선, 국회의원 총선 등 이미 여러 차례 선거에서 등장했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민들의 통신비를 줄이면서도 산업 생태계 발전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대안이 필요할 때다.